선택된 자의 의무

 

결국, 내일은 또 하나의 다른 날이니까.(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미국인들에게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읽혀졌다는 마가렛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고국에서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는 번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이 소설의 유명한 대사인 "내일은 또 다른 내일이니까"는 본래 작가가 선택한 소설의 제목이었다.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 남부사회는 기사도가 살아 있는 용감하고 신사적인 귀족들과 고상하고 아름다운 귀부인들의 전근대적 귀족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사회였다. 그 풍요로운 사회가 있게 한 뒤안길에는 흑인노예의 피와 땀의 대가가 있었다.  하지만 혜택 받는 자인 백인의 견해로 볼 때는 흑인계급은 무지한 계층이라 백인 주인들이 자선을 베풀어 돌보아 주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오히려 노예해방을 추구한 북부 측을 지지한 흑인노예들을 폄하하는 방면 우수한 흑인 노예들은 노예제도가 사라진 뒤에도 충성을 다하며 옛날을 그리워한다는 식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저자 마가렛 미첼은 그녀의 소설에서 북부인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흑인들을 선동해서 바람을 불어넣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 무책임한 계층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국은 영국에서 이주한 청교도의 후예들이 건립한 국가이다. 특히 남부는 기독교의 근본정신에 투철한 지역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인 ‘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사랑의 가르침을 신봉하는 지역이었다. 허지만 2천여 년 전 당시에 예수는 그 자신과 신을 믿지 않는 사람도 평등하다고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사랑과 평등의 기독교 문명도 노예제도를 완전히 폐지하지는 않았다. 어떻든 종교와 관계없이 인권이라는 것이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다는 사상은 18세기에 들어서서야 계몽사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미국 특히 남부지역의 백인 우월주의에게 흑인노예는 신이 내려준 선물 ‘만나’와 같은 선택된 자의 특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남부인들은 흑인들이 너무 무지해서 노예로 삼으며 기독교 문화로 교화시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럽을 관람하는 여행객들은 2천여 년이 지난 현재에도 시간의 벽을 무너뜨리고 남아 있는 화려한 유적이나 미술품을 보고 감탄한다. 허지만 그 유적들은 비인간적인 노예제도에 의한 노예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이다. 거의 모든 전쟁의 승리의 대가는 노예의 획득에 있었고, 로마의 전성시대에는 자유민의 절반 내지 30%가량이 노예였다고 한다.

 

기원전 73년, 검투사의 한 양성소에 ‘스파르타쿠스’라는 이름을 가진 검투사가 있었다. 로마의 북방지역인 트라키아 출신의 노예였다. 이 사나이를 지도자로 한 74명의 검투사가 양성소를 탈출하여 무장 봉기를 한 것이 ‘스파르타쿠스 반란’이다. 출신지는 달라도 일당백의 검술과 체력을 가진 그들을 과소 평가한 로마는 이 반란에서 곤혹을 겪게 되며 반란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지휘 계통이 뚜렷한 로마군에게 종국적으로는 패망하게 된다.(그 후 등장한 기독교 문명도 노예제도를 폐지하지 못하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선택된 그룹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유대민족의 4천여 년 역사가 그러하다. 척박한 환경과 무수한 적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구심점이 필요하였다. 구약성서는 유대인의 역사를 말하여 주고 있다. 여호와의 선택된 민족으로의 자긍심으로 무장된 유태인들은 그들 가운데에서 태어난 2천년 전의 예수를 인정하지 않게 되며 거의 2천 년이 지난 후 예수를 구세주라고 믿는 크리스챤이 되기를 거부한 대가로 나치 독일에 의하여 참혹한 살육을 당하게 된다.(아우슈비츠 수용소 출입문에는 기독교를 믿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지 않은 정신을 노동으로 자유롭게 한다는 팻말이 있었다.)

 

대표적인 선민의식은 유대교의 이스라엘 선민의식과 백인의 선민의식이다. 이러한 선택되었다는 특권의식은, 인종의 관념에서 볼 때는 특수 인종의 우월주의로, 국가적인 관점에서는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특정집단에서는 엘리트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하였던가?
전쟁은 1만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중동의 가자지역이지만 그 여파는 광역토론토시를 비롯하여 캐나다 전역을 몸살 나게 하고 있다. 유태인뿐만 아니라 아랍계와 무슬림에 대한 증오범죄(Hate Crimes)가 9/11 때와 맞먹는다는 경찰발표가 있었다. 이런 경향은 캐나다가 지향하는 다문화국가의 정체성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21세기 들어 가장 위험한 사상은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라는 집단성에 근원을 둔 배타적인 생각이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배타적인 감정의 유혹이 나치즘과 같은 광란의 전체주의(Totalitarianism)가 바라는 길이다. 그래서 세계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는 캐나다와 같은 다문화적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대, 선택된 자여!
그대, 박수를 받기를 원하는가? 먼저 관중이 되는 것을 배워라!
그리고, 벗어라! 선민의식이라는 낡은 옷을!
2023년 11월19일.

 

추천: 이스라엘의 4000여 년 역사에서 선민사상은 주위의 적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패요, 보호망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이스라엘은 약자가 아니다. 그들은 불우한 가시밭길의 과정에서 강자가 되는 길을 터득하였고 강자가 되었다. 이제 선택된 민족의 구호는 약자와 함께 하는 공존과 공생의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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