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3) -1.4후퇴와 전송가(Battle Hymn)

 

나 자신이 이 인류의 한 부분이니/친구의 죽음은 곧 나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려 하지마라/그것은 곧 너 자신을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존 던’(John Donn)

 

 영화 ‘전송가’는 1956년 미국에서 제작됐다. 6.25전쟁에 참전했고,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던 ‘딘 헤스’ 대령의 자서전 ‘전송가’를 원작으로 했다. 
’더글라스 실크’가 감독인 이 영화는 주인공 헤스 대령 역에 ‘록 허드슨’이 출연하여 무게를 더하였다. 그러나 전쟁 직후 한국배우들을 찾기 어려워 인도 배우 ’안나 카스피에’(후에 마론 브란도와 결혼)가 한국여인 역을 맡았다. 한국 할아버지 역에는 안창호씨의 아들 안 필립이 출연하였다. 
그 다음해 2월,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때 일제히 개봉되었던 영화의 주인공

 

‘딘 헤스’ 대령은 과연 누구인가?
 그는 일본의 진주만 공격 이전까지 미국 오하이오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목사였다. 진주만 공격 소식을 듣고 공군에 입대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된다. 2차 대전 중 유럽전선에 투입된 헤스는 작전 도중 실수로 한 고아원을 폭격하는 바람에 37명의 고아들과 민간인을 죽이는 사고를 저지르게 된다.

 

전쟁 후, 속죄의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오하이오주의 교회에서 목회를 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미 공군으로 자원 입대한다. 이번에는 한국공군 조종사들에게 무스탕기의 조종을 가르치는 요원과 고문으로 임명을 받고 제6146 기지의 부대장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는 군에서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추수감사절을 맞았다. 감사절 파티가 한창일 때 막사에 몰래 들어온 고아들이 버린 음식을 훔쳐 먹는 것을 보고는 고아들을 돌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후 부대 주변에 있는 고아들을 한국여인 안순양(안나 카스피에 역)과 공예가 노인(필립 안 역)의 도움을 받아 보호하게 된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 후,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한군들을 궤멸시키며 질풍같이 돌진하던 한국군과 유엔군은 그해 11월 수십 만의 복병 중공군의 기습을 받았다. 한반도의 찬바람 속에 도처에서 격파당하며 무참히 피를 흘리던 연합군은 직전상 1.4후퇴를 결정했다.

 

 폭풍우가 내리던 밤, 북한군의 기습공격이 벌어지고 헤스 대령은 400여 명의 아이들을 신속히 피신시키기 위해 운송용 비행기나 배를 구하고자 백방으로 노력한다. 비행기나 배가 없는 상황으로 위험한 피난을 이어가던 중, 극적으로 미 공군 수송기가 도착한다. 아이들이 수송기에 나뉘어 오르고, 무사히 제주도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

 

 궤멸 직전의 북한은 스탈린에게 긴급지원을 요청하였으나 소련군이 참전한다면 6.25전쟁이 제3차 대전으로 확전될 것을 우려한 스탈린은 이를 거절하였고, 사실상 중공 혼자 북한을 지원한 결과가 되었다.
1951년 1월 초, 중공군은 주 공격방향을 서울에 두고 압박해왔다.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북한 공산군의 중-동부전선 돌파로 서울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한 당시 미 8군사령관 리지웨이 중장은 서울이 중공군의 폭격권에 들기 전에 연합군 주력부대의 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에서 60Km 남쪽의 오산까지, 동부전선은 삼척까지 후퇴하도록 결정하였다.

 

 따라서, 한국정부도 부산으로 철수를 시작하였으며 1951년 1월4일 서울은 중공군에게 함락된다. 
그러나 이번 후퇴는 개전 초기와는 달리 유엔군의 작전 계획에 따라 비교적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졌으며, 그로부터 2개월 후인 3월 중순 서울을 다시 탈환하게 된다.

 

 목사이며 시인인 17세기 작가 ‘존 던’이 살던 시대에 전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한다. 그 마을에서 한 사람씩 죽을 때마다 교회의 종을 울리게 하였는데 그러던 어느 날 그마저 전염병에 걸렸다. 이때 병석에서 쓴 시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였고, 헤밍웨이가 그의 소설 명제로 인용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남자 주인공 ‘로버트 조던’(게리 쿠퍼 역)과 여 주인공 ‘마리아’(잉그리드 버그먼 역)의 마지막 이별 장면은 슬픔과 동시에 뭉클한 감회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 우리는 가끔 슬픈 영화를 볼 때 눈물을 흘리면서도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을 가슴에 느끼게 된다.

 

 니체는 그의 처녀작 ‘비극의 탄생’에서 비극과 희극을 구하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관객으로 머무르는 법을 배우라고 명령한다. 관객으로 머무는 것을 배우게 될 때 어떤 상황 속에서도 기쁨으로 통하는 작은 문과 피난처를 갖게 된다 하였다.(알듯 모를듯 어려운 말이지만, 가끔 우리는 비극적인 결말에서 승화된 감회와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전송가의 주인공 ‘헤스' 대령은 2차대전 중 오폭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독일의 죄 없는 어린 아들을 죽게 하였다. 비극의 탄생이다. 그러나 그 계기는 1.4후퇴 당시 중공군의 개입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을 때, 고아들을 그냥 놓아두면 모두가 희생 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노력한 끝에 수송기를 공급받아 4백여 명의 어린아이들을 구하게 된다. 
그는 고국으로 돌아간 후에 쓴 자서전과 영화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전부를 자신이 세운 고아원에 기부하였다. 그의 헌신적인 희생은 비극의 탄생을 희극의 탄생이 되게 하였다.

 

  지난 7월27일은 휴전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51년 6월25일 북한의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은 73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도 끝난 것이 아니다. 한반도는 공식적으로는 아직도 전쟁 중이다. 비극의 탄생이다. 니체는 명령한다. 비극을 희극으로 구하라고!  (2023년 7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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