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무도한 야심(후편)

 

중국의 인구가 당나라 때 7천만 명, 원나라 때 1억 명, 청나라 때 2~4억 명이었지만, 진시황 때는 고작 2천만 명이었다. 중화족으로 와글대는 현재와는 딴판이었다. 그간 전쟁과 질병, 기근을 겪으며, 일부 소수 종족은 그들의 고유한 문화나 정체성을 지켜내지 못한 채 화족華族에 동화됨으로써 세월이 갈수록 화족의 비율을 늘려놓은 결과가 오늘의 모습인 것 같다.

960만 평방 킬로미터의 땅이 역사적, 인종적, 문화적으로 오롯이 중화 족의 것이 아님은 그들 자신이 더 잘 안다. 중국에는 현재 56개의 민족이 섞여서 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혹시나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으로 인해 현재의 영토와 인민이 흩어지는 사태가 올까 봐 전전긍긍하며, 그런 상황을 예방하려고 눈을 부라린다.

그 마음은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에도 보인다. 중국은 부여족의 후예인 한국인들이, 고구려 이래 처음으로 실력과 기세를 떨치는 데 영 불편한 모습이다. ‘남북한의 통일을 훼방 놓는 것이 중국 국시의 제1조인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 민족이 통일되어 조상이 수천 년간 살던 고토故土를 넘나들면, 티베트(약 240만 평방 킬로미터)가 그냥 있을 리 없고, 신장위그르 지역(약 110만 평방 킬로미터)의 무슬림들 또한 분리독립 활동에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거대한 소비에트연방이 쪼개져 15개의 국가로 분리 독립한 1991년의 선례도 있어, 중국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중국은 신장위그르 지역에서 위그르어를 사용했다는 이유, 또는 그처럼 사소한 잘못에도 주민 백만여 명을 소위 재교육시설(강제 수용소)에 가두어 구타와 고문을 자행하고 있다. 또 디지털 감시망(안면 인식시스템)을 구축하고 전 주민에 ‘잠재적 테러리스트’라는 레터르를 붙여, 분리 독립의 기운을 꺾고자 하는 노력이 집요하다.

‘동북공정’이란 흉계는 치졸하며, 사리에 맞지도 않는다. 그들은 “고구려, 발해는 중국의 변방 종족이 운영한 지방정부요, 신라, 백제, 조선도 중국 속국의 역사”라고 강변한다. 그럴 때는 학식도, 상식도 없는 사람들 같다. 그냥 외치고 보자는 수작이다. 중국의 역사가 한족漢族의 통치로만 이어졌던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진秦나라는 동이족이 세운 나라요, 유방劉邦의 한漢나라는 만이족蠻夷族, 위.오.촉의 삼국시대와 사마씨의 진晉나라는 한족漢族, 오호 16국은 선비족과 흉노족, 남북조.수脩.당唐은 모두 선비족이었고, 5대 10국은 돌궐족, 요遼는 선비족과 거란족, 송宋은 돌궐족, 금金나라는 여진족, 세계 최대의 제국 원元나라는 몽골족, 명明은 회족, 청淸은 여진족이 세운 나라였다. 진시황 이후의 역사를 보았을 때 위. 오. 촉의 삼국과 사마씨가 세운 진晉나라 때를 빼면 전부 이민족이 세운 나라였음이 확인된다.

시진핑 정권에 들어서 억지 주장은 더욱 빈번해졌다. 그들은 중국의 역사가 전부 ‘한족漢族이 주도한 영광의 역사’인 것 같이 ‘한당강성漢唐强盛’이란 구호를 외쳐댄다. 그 구호는, ‘내 것은 물론 내 것이지만, 네 것 또한 원래는 내 것이야.’라는 주장처럼 들린다. 중국은 한국 사학자들이 북부여.고구려의 발생지에서 선조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조차 못마땅한지, 접근을 훼방 놓기도 한다.

고구려를 치려고 세계 역사상 가장 거대한 원정군(전투병 114만 명, 민간인 보급대 200만 명)을 꾸린 수脩 양제는 AD612~614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침공했으나 요동성에서 패하였고 또 을지문덕 장군이 살수대첩으로 물리쳤으니, 원정군이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는 대운하 건설과 고구려 정벌을 하느라 폭정을 일삼았으니, 이에 항거한 전국적인 봉기로 AD618년 무너진다.

당唐의 2대 황제 태종 이세민이 AD645년 60만 명의 대군으로 고구려를 쳐들어갔으나, 그 역시 실패했다. 예맥족. 부여족. 선비족. 거란족. 말갈족 등이 합세하여 세운 고구려는 끝내 중국에 복속하지 않았으니, 눈엣가시요 원수 같은 존재였다. 그런 고구려를 이제 와서 중국 한족의 나라라고 우기는 건 우스꽝스러운 억지요, 공산당식 거짓말이다.  

오랑캐로 불린 부여족 후예의 경제력과 발언권이 높아가는 게 두려워서, ‘동북 지역은 우리 조상의 유적이 널린 곳이다. 조선인이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그들은 또 조선인의 의복, 명절, 풍습, 음식, 춤, 노래도 전부 중국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한국 드라마 ‘대장금’ 등 창의적 예술작품을 무단 도용한 짝퉁을 내놓았고,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를 인해전술식으로 흉내 낸 ‘99인조 걸그룹’을 선보였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또 ‘방탄소년단(BTS)’을 악의적으로 헐뜯다가 세계 아미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쳤다. 중국의 거칠고 무도無道한 언행은 공산주의자라서 더욱 그런가 싶고, 이성적 대화로는 풀 수 없을 듯하여 씁쓸하다.

문화의 전파 원리는 물의 흐름을 닮았다. 높은 문화 지역에서 수준이 낮은 지역으로 퍼져간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나 생활방식을 찬양하며 (부분적으로) 따라 배우는 현상은, ‘문화 대국’을 자임하는 14억 중국인의 자존심에 가하는 큰 타격이었다.

‘화혼양재和魂洋才’라며 잘난 척하던 일본엔 한국의 기술력 신장이 심히 거슬릴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쟁취한 민주정치에도 그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라는 시빗거리를 만들고 그 주장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이 논란을 굳혀가면서, 왜곡한 역사 서술로 후세대를 가르치려는 그네의 속내는 ‘한국과는 대등한 관계의 친선 따위가 필요 없다. 한국의 코를 꿰어 영원토록 갖고 놀 지렛대가 필요한 것뿐이다.’란 뜻이다.

이웃 두 나라의 한국에 대한 오만무례傲慢無禮는 그들의 민족성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될 것이다. 걸핏하면 무도한 야심과 이빨을 드러내는 중국, 일본과 주고받으며 살아야 할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안타깝지만, 숙명이다. 그런 속에도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우리 민족의 대응 자세가 한결같이 확고하고, 지혜롭고, 치밀해져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202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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