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 칼럼

(웰빙을 위한 건축과 주거환경)

내 집을 마련할 때 필요한 풍수를 제대로 알자는 글인데, 필자가 과거의 풍수 원리가 문명의 발달로 인하여 바뀌어 요즘은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진 것들이 많아졌다는 식의 글을 쓴다고 의아해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든 세상사가 그렇듯이, 시대가 바뀌면 여러 가지가 바뀌는 법이다. 시대가 바뀌어 풍수의 원리도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이론들은 없어지거나 바뀌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에는 어떤 것들은 상관이 없고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지를 제대로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장실의 경우, 주방과 함께 가족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아주 오래된 옛날 한옥에서의 화장실은 주거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 만큼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화장실은 주거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대소변을 배출하는 기능과 몸을 씻는 욕실의 기능을 함께 묶어 공존시키다 보니 물을 사용하고 대소변과 오물을 버리면서, 세균이나 부패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면 위생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위생적인 이유로 화장실은 환기가 잘되어야 하며 항상 청결하고 깔끔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래서 화장실의 위치도 주거공간의 가운데 위치하는 것을 흉하게 본 것이고, 화장실 쪽으로 잠잘 때 머리를 두는 것을 금하게 되었으며, 그런 이유에서 침실에 붙어있는 화장실의 변기를 침대머리와 일직선으로 두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이론들이 나오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엔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이유도 있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변기가 보이는 것을 흉하게 여긴 것은 혹시나 변기 물을 내리지 않고 나왔을 때 뜻하지 않게 다른 가족이나 손님들이 문만 열어도 볼 수 있기 때문이거니와 실수로 문을 열어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함이다. 이 때문에 대문을 열었을 때 화장실이 바로 보이는 구조를 풍수상 나쁘다고 하였고 거기에 더하여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변기가 보이면 더 흉하게 여겼던 것이다.

손님이나 가족들이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대문에서 바로 보이는 화장실의 문이 열려 있는 상태로 변을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상상해보라. 얼마나 창피하고 민망하겠는가? 이러한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불상사를 멀리하고자 풍수에서는 흉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거 주택의 북쪽이나 서북쪽에 화장실을 두는 것은 풍수적으로 나쁘다고 하였는데, 이유인 즉, 겨울철 북서풍의 영향으로 주택 바깥에 위치한 화장실은 불어오는 찬바람을 바로 맞아 더 춥기 때문에 특히 연로한 노인 분들의 경우 힘을 주다가 변고를 당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화장실이 대부분 집 안에 위치하고 있고 냉난방이 잘되어 있어 더 이상 화장실을 북쪽이나 북서쪽에 두었다고 문제가 생길 일은 없어졌으니 의미가 없는 옛날의 풍수이론일 뿐인 것이다.

주택은 인간의 가정생활을 담는 주거 공간이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의식주생활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마련하였던 공간을 시작으로 지금은 외부의 기후와 날짐승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정신적인 욕구와 생리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 공간으로서 기능을 하여 힐링을 주고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진정 풍수에 부합한 주택인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풍수는 여기서 막을 내리면서, 알아야 할 풍수지식들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환경과 많이 다른 과거의 풍수지식들을 의미도 모른 체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도움도 안되는 쓸데없는 행위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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