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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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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첫날 새벽에

 

갑진년 용해의 찬란한 아침 해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단과 결의를 지니고 새해를 맞이한다. 나도 마찬가지여서 이 해에는 반듯이 실천하겠다는 “새해의 결단”(New Year's Resolution)을 가슴에 품고 새해 첫날을 시작하곤 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새해를 어떻게 살까?”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 보지도 않았기에 특별한 새해의 결단도 없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작정하여 행하고 있는 그대로 새해를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은 내 인생 최악의 해였다. 2월에 간단한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부위에 염증이 생겨 그 부분을 절단하는 또 한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 결과 25일 간 병실에 누워 온갖 고초와 고통을 당해야 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당한 고통은 표현하기 힘들게 괴롭고 크기만 했다. 내 인생 최대의 아픔과 시련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난 많은 것들을 생각했고, 깨달았고, 발견했다. 그 결과 난 앞으로 남은 생애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라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기로 결심했고, 지난 10월부터 그것이 “가정”아닌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살고 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이렇게 살겠노라 한 사람들의 글을 몇 편 읽어본 적이 있다. 그것을 제목으로 책을 쓴 분들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네들처럼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이라 단정하지 않고 “오늘로서 내 삶이 끝날지도 모른다면”이라고 약간의 여유를 둔 것은 “오늘 내 인생을 정리한다”는 자세로 살되, “내일”이란 또 다른 하루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늘 인생이 막을 내릴 수도 있음을 믿으며 살기 시작한 후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 드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모태신앙이며, 목사인 내가 늘 해왔던 대로다. 그러나 새로운 결단을 한 후부터의 기도는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제게 생명을 연장시켜주셨으니, 연장된 이 생명 오늘 하루도 주의 뜻에 따라 살며, 주의 뜻을 이루어 드리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로 시작된다. 그리고는 그날의 일정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그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여 주실 것을 간구한다.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예수님의 몸 된 교회가 그 사명을 잘 감당하게 해달라는 기도도 새벽기도에서 빠뜨리지 않는다.
 
기도를 마치고 평안한 마음으로 예정된 일들을 해나가지만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마음 상하는 일들도 생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합동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헛된 하루를 보내게 하지 않으실 것을 믿으며 남은 일들을 처리하곤 한다.
 
시간이 날 때는 아침이나 오후에도 성경을 읽지만 주로 저녁에 성경을 읽는다. 창세기로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순서대로 읽으며, 일독을 마치면 다시 창세기로 돌아와 시작한다. 하지만 매일 시편과 잠언을 한 장씩 깊이 묵상하며 읽는다. 잠언은 영적 양식도 되지만 우리의 삶을 올바로 인도해주는 나침판 역할을 하며, 시편은 나의 영적 갈증을 해소해주며 또 영적으로 날 성장시켜주기 때문이다. 성경을 읽으며 묵상할 때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한다.”(딤후 3:17)는 진리를 새롭게 깨닫는 기쁨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
 
성경 읽기를 마치면 오늘 하루도 나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내일 아침에도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해주시면 내일도 하나님이 원하시는 하루를 살겠노라고 기도 드린다. 그런 후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하는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생각과 마음을 지키시리라”(빌 4:6-7)란 말씀을 되새기며 평안하게 잠들게 된다.
 
말씀과 기도와 더불어 찬송 또한 나의 일상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다. 곡조 있는 기도이며, 귀로 듣는 말씀인 찬송은 아무 때나 어디서나 부를 수 있기에 말씀과 기도와 찬송 속에 하루를 보내고 잠들 수 있는 축복이 얼마나 귀한 것인 가는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수술을 받고 병실에 누워 괴롭고 긴 시간을 보내면서 한 많은 생각들 중 하나는 나를 만나는 사람들 중 몇 명이나 내게서 목사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나를 만나는 이들 마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되어” 하나님의 양을 치는 목자라고 느낄 수 있어야만 나는 말씀과 기도와 찬송 속에 살아가며 하나님의 일꾼으로 쓰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몇 달 전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웃으려 노력하며 (천성적으로 무뚝뚝한 내게는 무척 힘든 일이지만) 그들이 내게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하려고 애쓴다. 그래야만 나를 통해 복음의 씨앗이 뿌려져서 거두어지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위에 확장되는데 나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며 살기 원한다면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며,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것 같이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성경의 진리를(신 6:5; 요 13:34) 기회 있을 때마다 가르쳐 왔다. 그러나 그것을 내 삶 속에서 온전히 실천하지는 못했다. 이제 내 생명의 불길이 오늘 꺼질지도 모르는 채 살면서 나를 알든 모르든 나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참된 목적을 깨닫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가슴 아파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난 “내 인생이 오늘 끝날지도 모르는 하루하루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는 삶”을 살아감으로 인생의 본분을 다 하기를 원한다. 새해의 결단을 꼭 말하라면 그것이 나의 새해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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