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ekim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 80
    •  
    • 523,149
    전체 글 목록

햄릿의 독백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유명한 햄릿의 독백 서두다. 이 독백에서 햄릿이 고민하는 문제는 “삶과 죽음에 관한 것”아닌 “삶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그의 삼촌이 아버지를 독살하고 그의 어머니를 아내로 취하고 왕이 되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된다. 원통하게 죽은 아버지의 혼령을 통해서다. 
 이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는 아버지를 살해한 삼촌에 대한 적개심과 그와 연관되어 찾아드는 숱한 번민 속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칼날을 겨누어야 할 대상은 살아있는 권력의 소유자 클로디오스 왕 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치광이 노릇을 하며 기회를 엿보는 햄릿의 눈에 비친 부정과 갖가지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은 그로 하여금 삶의 의욕을 상실케 한다. 
 부당하고 거칠고 사나운 사람들의 비난, 압제자의 참기 힘든 횡포, 세도가의 멸시의 눈초리, 법률의 태만, 관리들의 오만과 소인배들의 불손 등을 참고 견디느니 짧은 단도 한 자루로 목숨을 끊어 괴로운 인생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사나이다운 결단이 아니겠느냐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으니 말이다. 

 

 오늘의 세상은 햄릿이 비애를 느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던 그때와 비교해도 보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이웃과 사회가 부당하고 근거 없는 억울한 비난의 화살을 우리에게 쏘아대는 일도 여전하고, 금력과 권력의 소유자들이 없는 자들을 핍박하고 억압하는 현상 또한 그 시대와 유사한 것이 오늘의 사회적 현실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런 안타깝고 슬픈 실정을 개선하며 당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힘 있는 무리와 결탁하여 이익을 취하거나 그들의 입지를 굳히려 하고, 공정한 법의 잣대로 부당하고 불법적인 일들을 시정하며 처벌해야 할 법관들조차 자신들이 유리한 길을 찾고자 눈치작전과 지연작전을 혼합하거나 병행하여 반복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부조리와 모순으로 인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하고, 산다는 것 자체에 회의를 느껴 햄릿이 고민했던 “사느냐, 죽느냐”를 그들의 문제로 받아드릴 수도 있을 게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줄 안다. 햄릿은 모순투성이의 현실과 가혹한 운명을 굳건하고 강한 의지로 극복하며 죽음을 택하는 대신 삶의 행진을 계속하기로 결단했다는 것을 말이다. 

 

 햄릿은 높고도 험한 인생의 파도를 싸워 이기며 살기로 결심한 가장 큰 이유를 이렇게 들려준다. 
 “But the dread of something after death/ The undiscovered country, from whose bourn/ No traveller returns, puzzles the will/ And makes us rather bear those ills we have/ Than fly to others that we know not of?" 
 "죽은 뒤에 무엇이 올지 모르는 두려움과/ 나그네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성행하는 온갖 죄악과 참기 힘든 인생의 번뇌와 고통을 감수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번 죽는 것은 인간의 정해진 운명”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막상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모두들 후회와 미련으로 가득하여 걸어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며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원인은 떳떳하고 보람되게 살지 못한데 있다고 믿는다. 
 죄 없는 청결하고 의로운 삶을 사신 예수님은 육신의 생명을 마감하면서 주어진 사명을 “다 이루었다”는 승리의 선언을 하셨고, 주님을 닮은 인생길을 달린 사도 바울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믿음을 지키며 인생의 경주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기쁘고 자랑스럽게 떠난다”고 할 수 있었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살아야 하느냐? 죽어야 하느냐?”라는 햄릿의 문제는 결코 우리들의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어떻게 살지 말아야 하느냐?”인 까닭이다. 
 금년 한 해를 어떻게 사는 것이 남은 인생을 가장 유익하고 보람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살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흐르는 세월 속에서 안타깝고 초조해 하지 않고 만족과 기쁨을 느끼며 살 수 있을 테니까. -필자의 저서 <걸어가고 싶은 길>에서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A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