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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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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고 싶은 길

 

서울에 있는 친구가 ‘걸어보고 싶은 길들’ 사진 여러 장을 메일로 보내왔다. 계절의 특유한 풍경과 향기와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길들이 있는가 하면, 저런 곳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될 정도로 신비하면서 환상적인 길도 있었고, 저 길을 따라가면 천국에 이르겠다고 믿어지는 눈부시게 화려하면서도 기묘하게 형성된 길도 있었다. 

 

그들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떤 것을 택해야 좋을지 모르게 전부 아름답고, 신비하고, 매력적이고, 낭만적인 길들이었다. 그것들을 차례로 클릭해 내려가다 한참을 들여다보았고, 다 본 후에도 여러 번 다시 본 사진이 하나 있다. 

 

그 사진에 나타난 길은 무성한 숲 사이로 뻗어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수풀 가운데 뚫린 길 치고는 비교적 폭이 넓어 보였다. 늦은 가을이어서 넓고 곧게 뻗어나간 길 위에는 형형색색의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길 좌우에 촘촘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의 옷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이 길이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도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곳으로 남아 있는 광능의 오솔길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크낙새가 운다는 광능으로 소풍을 갔을 때 난 갖가지 색깔로 물든 광능의 숲과 그 사이로 나있는 오솔길을 걸으며 넋을 잃어버릴 정도로 매혹되었다. 그 후로 광능의 숲과 오솔길은 꿈에서도 걷고 싶은 내 마음의 길이 되어버렸다. 
규모도 광능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되게 크고 밝고 따스한 햇빛이 비치고 있어서 비교적 어두웠던 광능과 분위기도 차이가 있었지만 사진에 나타난 그 길은 그 옛날에 내 마음에 새겨졌던 오솔길을 생각나게 했던 것이다. 

 

그것이 내 가슴을 파고든 또 다른 이유는 그 길을 걸어가는 남녀로 인해서였다. 남자는 두 손을 모아 뒷짐을 지고, 여자는 등에 냅삭을 멘 채 나란히 걸어가는 그들의 뒷모습으로 판단하건대 그들은 중년을 넘어서 장년으로 들어서는 부부 같았다.

 

자녀들은 이미 장성했기에 그네들 둘만이 늦은 가을날 단풍 속을 걸으며 살아온 인생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살아갈 남은 삶에 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그들을 바라보며 많은 경우 우리들의 진정한 면모는 잘 가꾸고 다듬은 앞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뒷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얼굴과 앞모양을 아름답고, 청결하고 우아하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인다. 속으로는 그러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웃고 미소 지으며 상대를 대하거나 마음에 없는 찬사와 덕담을 늘어놓는 이들도 적지 않고 말이다. 
원만한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교적인 앞모습이 그 사람의 실체와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으며, 온화하고 지성적인 얼굴과 다정하면서도 신빙성을 주는 언행도 가슴 속에 간직된 진의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허다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뒷모습은 다르다. 인위적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감추거나 혹은 돋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별로 없는 까닭이다. 어떤 자세로 있든 뒤에서 관찰하면 앞에서 볼 때 보다 그 사람의 인격이나 품위를 더 잘 알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된다.

 

깊어가는 가을에 한 장년부부가 맺어야 할 인생의 결실을 이야기하며 걷고 있는 매력적인 숲속의 길을 보며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을 생각해 본다. 지금 내게는 ‘걸어보고 싶은 길’ 보다는 ‘걸어가야 할 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했고, 가고 싶은 길을 찾다 가야 할 길을 지나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과오를 또다시 범해서는 안 될 인생의 시점에 이르렀다. 
일거수일투족을 이것이 “인간의 본분”을 지키는 것인가를 확인한 후 내 디뎌야만 마땅히 걸어야 할 인생행로로부터 이탈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 수 있는 기준은 “나만의” 혹은 “나만을 위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이웃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평화로운 사회의 조성과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주어진 재능과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그가 창조하신 세상을 질서와 조화 속에 가꾸고 다스리며 “생육하고 번성하며 살아가라”말씀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걸어가는 인생길이니까.

 

-필자의 저서 <걸어가고 싶은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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