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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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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 되면 생각나는 일들

 

해마다 6월이 되면 자주 불러보는 노래가 있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로 시작되는 6.25 노래다. 노래가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에 이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비록 초등학교 1학년의 어린아이였지만 90여 일 동안 공산치하에서 당한 쓰라린 아픔과 고통과 슬픔과 사변 중 목격한 공산당의 잔학성과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숱한 생명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 가슴 깊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괴뢰군이 평화롭게 잠든 대한민국에게 전면공격을 가해왔을 때 우리 국군은 수적으로 열세였음은 물론 무장 면에서도 그들과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국군장병들은 적을 맞아 글자 그대로 “맨 주먹 붉은 피로” 분투했다.

그러나 개전 3일 만에 서울이 적의 수중에 떨어졌고, 우리들은 북한괴뢰정권의 정체가 무엇이며, 그들이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인류의 적인가를 피부로 체험했다. 예정에 앞서 한강 다리가 폭파되었기에 피난길이 막혀 서울에 남아야 했던 우리 가족도 천인공로할 괴뢰군들의 만행을 수없이 보고, 듣고, 또 직접 당해야 했다.

7월 어느 날 우리가 살던 용산 지역의 괴뢰군 군사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폭격이 있었다. 그 날 나는 울리는 공습경보와 더불어 우리 집 방공호로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귀청을 때리는 폭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흙더미에 묻혀버렸다. 내 뒤로 방공호로 들어선 넷째 형에게 안겨 밖으로 나온 몽롱한 나의 시야 속에 넓은 정원 한쪽 딸기밭에 엎드려있는 식구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근처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했고, 200평이 넘는 넓은 정원 가득히 꽃나무들과 과일나무들이 있었기에 언덕 위 나무 많은 집으로 불려지던 곳에서 난 전쟁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내려다보이는 동네는 온통 새빨간 불바다였다. 그 곳을 벗어나 불길이 미치지 않은 우리 집으로 올라온 사람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 했다.

다음 날 가슴에 파편을 두 개나 맞아 인사불성이 된 둘째 형과 할머니를 고모 집에 남겨놓고 우리는 서울을 떠났다. 남으로 가는 길은 막혔기에 북으로 난 길을 택했다. 덕소 근처의 한 작은 마을에 방 한간을 얻어 감자와 호박으로 끼니를 때우며 서러운 피난생활을 시작했다.

70여 일을 배고픈 슬픔과 고통은 물론 공포와 불안 속에 지내다 우리는 그 곳을 떠났다. 9월 15일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 성공으로 전세가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올 생각은 할 수 조차 없었던 서울을 향해 가는 도중 북진하는 한 국군부대를 만났다. 그 때의 감격과 기쁨은 표현할 길이 없다.

우리는 울면서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고, 그들 중 누군가가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이제는 안심하고 서울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그 때 행군하던 병사 한 명이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 내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배고프지. 이거 먹어.”라고.

건빵이었다. 그 날의 급식으로 받았을지도 모르는 건빵 다섯 개를 내 손에 쥐어 주고 북을 향해 떠나간 그의 얼굴을 난 기억 못한다. 그가 전사했는지 살아남아 가족들과 만날 수 있었는지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그 때 그 병사가 생각난다. 1.4 후퇴로 우리가 남행열차를 올랐을 때 우리를 살리기 위해 북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떠나가던 수많은 국군장병들의 모습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럴 때면 조용히 눈을 감고 6.25 전쟁 중 국가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꽃잎처럼 떨어져간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곤 한다.

다시 한 번 민족의 비극이 발발했던 날이 다가오는 이때 우리 모두 반공의식을 새롭게 하고, 안보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할 줄 안다. 전쟁의 포화가 멎은 지는 반백년이 넘었지만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공산정권의 야욕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까닭이다.

휴전 후 공산정권이 자행한 숱한 만행들을 다 열거할 것도 없이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연평도를 포격한 두 사건만 보아도 그들의 의도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 반공자세와 안보의식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좌익집단과 세력들을 철저히 경계하며 감시해야겠다. 그것이 온갖 희생을 감수하며 숱한 시련과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선진대열에 서있는 조국을 지키고 발전시키며, 나라를 위해 흘린 대한의 젊은이들의 값진 피에 보답하는 길이니까 말이다.

 

(필자가 쓴 <걸어가고 싶은 길>에 실린 “6.25를 회상하며”를 “6월이 되면 생각나는 일들”로 바꾼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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