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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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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들의 생애(6)-6.소사사 돌라

 

“아비멜렉의 뒤를 이어서 잇사갈 사람 도도의 손자, 부아의 아들, 돌라가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니라. 그가 에브라임 산지 사밀에 거주하면서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이십삼 년 만에 죽으매 사밀에 장사되었더라.”(삿 10:1-2)

 

기드온 다음으로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제6대 사사 돌라에 관한 성경의 기록은 너무도 짧고 간략하다. 잇사갈 사람으로서 할아버지는 도도, 아버지는 부아이며, 23년간 이스라엘의 사사로 지내다 죽었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라가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다.”는 짧은 구절은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 중의 하나였음을 분명히 명시해 주고 있다.

하지만 돌라가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따라서 돌라의 사사로서의 활약에 관해서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입각하여 추정할 수밖에 없다.

아비멜렉이 죽은 후 이스라엘을 23년 동안 다스린 돌라가 이방 민족들의 침입이나 압제로부터 나라를 구한 것 같지는 않다. 그 시기에 외부세력이 이스라엘을 침공해 들어와 그들에게 핍박을 가했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돌라가 한 일은 아비멜렉으로 인해 상처 받고 분열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슬픔과 아픔을 치유하여 그들이 하나로 뭉치도록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사사 돌라의 행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비멜렉이 행한 일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서자로서 아버지가 그들의 왕이 되어달라는 백성들의 청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왕이 되겠다는 야욕을 품게 된다. 하지만 왕이 될 수 있는 자질이나 여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던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첩이었던 그의 어머니가 세겜 출신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세겜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한다. 그리고는 그의 이복형제 70명을 모조리 죽이고 왕이 된다. 그가 그의 형제 70명을 학살할 때 혼자 살아남은 막내 요담은 세겜이 내려다보이는 그리심 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외친다.

“산 위의 나무들이 왕을 세우기로 작정하고 왕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를 차례로 찾아가 그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네들의 왕이 되지 않겠다고 사양합니다. 감람나무는 그가 하는 일은 좋은 기름을 생산하는 것이며, 무화과나무는 달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것이 그의 몫이며, 포도나무는 포도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그의 천직에 충실하겠다며 왕의 자리에 앉기를 사양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무들의 대표들과 만난 가시나무는 거만하게 ‘너희들은 나의 그늘에 와서 피하라.’며 당당하게 나무들의 왕으로 군림합니다.”

요담은 세겜 사람들에게 이 우화를 통해 아무 열매도 맺을 수 없고, 새들의 안식처도 될 수 없을뿐더러, 사람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는 그늘조차 마련할 수 없는 쓸모없는 가시나무 같은 아비멜렉을 왕으로 추대한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지적한 것이다. 동시에 요담은 70명의 형제들을 몰살시키는 무서운 죄를 범한 아비멜렉과 그를 왕으로 섬기는 그네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 말하고는 아비멜렉의 손이 미치기 힘든 브엘로 피신한다.

요담의 말대로 아비멜렉이 왕이 된지 3년 만에 세겜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반란군에 동조한 데베스 성을 공격하다 아배멜렉은 성 위에서 한 여인이 던지는 맷돌에 맞아 죽는다. 아비멜렉은 심는 대로 거두는 만고불변의 법칙대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그가 저지른 악랄한 죄악으로 인해 백성들이 입은 상처는 깊기만 했다.

뿐만 아니라 아비멜렉이 일으킨 반란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분열되었고,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조성되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방 민족들의 침략이나 압제로 인한 고통과 아픔보다 더 큰 충격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안겨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사사 돌라는 산산이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으며, 실망과 좌절 속에서 허덕이는 백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줌으로 그들이 화목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지도자의 역할을 한 것이다.

돌라가 한 일은 무력으로 침략군을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것보다 더욱 힘든 것이었다. 상처 받은 가슴을 않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을 화합시켜 민족적 통합을 이루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돌라는 이 힘든 사명을 불굴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지혜롭게 수행함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절망과 낙망의 수렁에서 건져내는 사사가 된 것이다.

이처럼 중대한 민족적이며 시대적인 사명을 성공적으로 감당해내기 위해 돌라는 고향을 버리고 에브라임 산지로 옮겨왔다는 사실로부터도 우리는 그가 얼마나 충성스러운 하나님의 일꾼이었나를 깨달을 수 있다. 태어나 자라난 고향을 떠나 민족이 처해있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것이 생소한 타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 것은 자신을 위한 삶을 포기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하나님의 충실한 도구가 되기를 원했음을 의미하는 것인 까닭이다.

소사사로 분류되는 돌라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분노와 슬픔과 아픔을 치유해주는 어렵고 힘든 사명을 자신의 삶을 희생해 가며 감당한 인물이다. 드보라나 기드온처럼 큰 역사를 이루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이 좌절과 절망에서 벗어나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점에서 돌라는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하나님께 충성하는 것임을 보여준 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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