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ekim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 26
    •  
    • 522,854
    전체 글 목록

사사들의 생애(5)-사사 기드온(4)

 

(지난 호에 이어)

300명 병사들이 일시에 나팔을 불어댄 효과도 컸다. 나팔수는 대체로 부대마다 한 명씩 배치된다. 때문에 300명이 한꺼번에 불어대는 나팔소리를 듣고 미디안 병사들은 이스라엘 군사들이 그들보다 훨씬 많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거기다 이스라엘 군사들이 미디안 군의 천막들을 불태웠을 것이니 그들은 서로 싸우고 죽이며 무너져 12만의 전사자를 내고 도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드온은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도망하는 적군 1만 5천을 추격하여 격파하고, 미디안 왕 오렙과 스엡을 잡아 죽이고 대승을 거두었다.

사사로 부름받기 전의 기드온은 나약하며 겁이 많았으며, 의심도 많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천성적으로 지도자의 자질이 있었던 것 같다. 동족이 당하는 고난과 슬픔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했으며, 미디안과 싸울 때 항아리에 횃불을 숨겨 적을 교란시켰고, 적의 도주로까지 예상하여 봉쇄한 것을 보면 그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기드온이 300명의 병사들만으로 길르앗 전토에서 미디안의 대군을 섬멸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하나님의 권능과 약속을 믿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싸웠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기드온의 300 용사들의 용맹과 믿음이다. 그들은 기도온처럼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이나 약속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기드온과 혼연일체가 되어 13만이 넘는 미디안의 대군이 집결되어 있는 적진을 기습공격 했다.

이처럼 진정한 믿음과 용기를 지닌 300 용사들이 함께하지 않았다면 기드온이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침공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미디안을 격퇴시킴으로 민족의 영웅으로 부상한 기드온에게 백성들은 그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그러나 기드온은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며 그들의 요청을 받아드리지 않는다. 기드온은 그가 미디안과 아말렉을 물리친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싸워주셨기 때문이며, 이스라엘 백성들이 받들어 섬겨야 할 진정한 왕은 하나님뿐이심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기드온은 백성들의 잘못된 청을 거절하고 그들의 왕 아닌 지도자로서 이스라엘을 평화와 안정 속에 이끌어간다.

그러나 주어진 사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에 기드온이 하나님께 인정받으며, 백성들의 칭송만을 받으며 산 것은 아니다. 말년에 여러 가지 과오를 범한 기드온이었기 때문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백성들이 가져온 금으로 대제사장이 입은 “에봇”을 만들어 그의 고향인 오브라에 보관한 것이다. 기드온이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별다른 의도 없이 아름다운 에봇을 만들어 옆에 두고 싶은 심정으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 에봇 때문에 우상숭배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실로에 있는 성막에서 제사를 드리는 것보다 오브라에 있는 에봇 앞에 절하며 그것을 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기드온이 만든 에봇이 백성들의 우상숭배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치 모세가 광야에서 만들어 불뱀에게 물려 죽게 된 이스라엘 백성들을 살린 놋뱀을 그들이 숭배하게 되었듯이 기드온의 에봇이 그가 죽은 후 백성들이 바알 신을 비롯한 이방신들을 섬기게 되는 촉진제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기드온의 또 다른 잘못은 여러 명의 아내와 첩을 두어 70이나 되는 아들들을 생산한 것이다. 기드온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일부일처 제도를 어긴 것도 문제였지만 그의 첩의 소생인 아비멜렉이 70명 형제들을 모조리 살해하는 천인공로 할 죄를 범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비멜렉은 기드온이 왕이 되어달라는 백성들의 청을 거절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아버지를 대신해 왕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욕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백성들이 기드온의 아들들 중에서 왕이 나오기를 원한다 할지라도 그는 70명 중에 끼일 수도 없는 서자였기 때문이다.

일단 왕이 되겠다는 욕망을 품게 된 아비멜렉은 잔인하면서도 악랄한 방법으로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모두 죽이고 왕이 된다. 하지만 3년 만에 한 여인이 망대에서 떨어뜨리는 맷돌에 두개골이 깨져 비참하게 죽어간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고, 장례조차 치러줄 사람 없는 불행한 죽음이었다. 그로서는 자신이 뿌린 죄의 씨를 거두어 드린 결과였지만 이스라엘 역사에 이 같은 사건이 기록된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사 기드온의 말년의 삶과 그로 인해 일어난 범죄행위와 끔찍한 사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아무리 능력 있고 지혜로울지라도 육신의 정욕과 세상을 향한 욕망 앞에 무릎 꿇고, 죄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약하고 미비할지라도 그런 인간들을 사용하여 역사를 운영하시는 권능과 사랑의 하나님이 우리를 지키고, 인도하고, 보호하신다는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를 깨달아야 할 줄 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A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