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래 첫눈이 내렸네

 

먼 추억이 사뿐사뿐

예고도 없이 찾아왔네

 

니코틴처럼 폐 깊숙이 스며들던 사랑아

절망의 수렁으로 흠뻑 빠졌던 상처야

기억하고 있느냐

 

경천벽 가파른 기암에 새긴 밀어가

운영담으로 모여 구름에 맑게 비치던 그날을

 

읍금함에서 참고 참았던 통곡이

금사담 맑은 물속에 금싸라기로 쌓이던 그 눈물을

 

첨성대로 첩첩이 겹쳐 솟아오르던 일편단심이

능운대 큰 바위로 발뒤꿈치 들어 올리던 그 마음을

 

열길 와룡암으로 꿈틀거리던 가슴이

학소대 낙락장송으로 푸르게 간직한 사랑,

 

파곶 반석에 와서 씻기고 갈려 온 세월 따라

지워진 줄로만 알았는데

 

오늘 느닷없이 나도 몰래

펼쳐놓은 백지 한 장위에

한 폭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네.

 

(2020.11.2)

 

*화양구곡(華陽九谷): 충북 괴산군의 명승지로 조선 중기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은거했던 곳이다. 우암이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에 경천벽(擎天壁), 운영담(雲影潭), 읍궁암(泣弓巖), 금사담(金沙潭), 첨성대, 능운대(凌雲臺), 와룡암(臥龍巖), 학소대(鶴巢臺), 파곶(巴串) 등 9곡으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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