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퓨타로 가는 길

 

이따금 네 생각이

마른번개 칠 때가 있다.

 

나이어린 봄이 유리창에 서리로 낄 때,

덤불속에서 여름이 해초로 흐느적거릴 때,

숯불 같은 가을이 내 가슴으로 활활 옮겨 붙을 때,

쇠잔한 겨울 햇살이 솜이불 뒤집어쓰고 누울 때,

 

번개 치는 네 생각은,

 

손발이 시린 낮달로 뜬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가등을 밝힌다.

머리 빠진 틀니로 고드름을 잘근잘근 씹는다.

엉덩이가 무거운 하루가 산등성이로 눕는다.

커피 잔에서 뜨거운 눈물 꽃으로 핀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슴에서 대못을 뽑아

네 이름의 받침부터 하나씩 파 내어버리고

새털처럼 가벼워진 바위를 들어올려

천공의 성 라퓨타로 가는 길을 만든다.

 

 

* 천공의 성 라퓨타 : 인간이 가진 하늘에 대한 동경의 세계라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이 공중도시로 가기 위한 인간들의 꿈 또한 다양하고 많다. (202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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