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남몰래 운다

 

나는 매일 술을 마셔

그리고 오랫동안 취기에서 깨어나지 않아

아니 깨어나고 싶지가 않아

깨어나 봤자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할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매일 술을 마시면서

세상도 취기가 좀 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취기가 안 돌면 머리라도 좀 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그래야 사랑이든 미움이든 주거니 받거니 할 것 아냐.

 

그런데 말이야!

혀가 도르르 말리도록 마셔도 세상은 별수 없는 세상이더군

기다리지도 않았던 코로나가 높은 포복으로 지구를 침범해도

기다리지도 않았던 9월이 낮은 포복으로 너와 나 사이를 파고들어도

세상은 언제나 제멋대로 지 세상뿐이야

인간사엔 토~옹 관심이 없어.

 

그래서 오늘은 오래간만에 취기에서 깨어나 보기로 했어

깨어나 보니 세상은 여전히 맨송맨송하네

옛날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를 바가 없네

남몰래 쌓인 추억만 먼 달빛으로 밝아오네

괜히 깨어났다 싶네, 괜히.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다시 취하기로 했어.

 

(202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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