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탈을 쓴 뱀 / 동문서답이 쌓은 탑

 

꽃의 탈을 쓴 뱀

 

1

꽃이 피고 있다. 빨주노초파남보.

콜록콜록. 가래침으로 피고 있다.

 

꽃이 지고 있다. 보남파초노주빨.

쿨럭쿨럭. 검붉은 피로 지고 있다.

 

괄호열기로 피었다가 괄호 닫기로 지는 꽃,

비말로 울그락불그락. 엎치락뒤치락 피는,

꼴 보기가 소태맛이다.

 

2

날계란이 작살난 아스팔트위에서

삐약! 삐약! 뙤약볕을 걷던 태양은 어디로 갔나?

 

꼬꼬댁! 꼬꼬댁! 희망을

절망으로 품었던 암탉은 어디로 갔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빤쓰를 입었다가 벗듯

마스크를 썼다가 벗었다가.

 

아니다. 나는 아니다. 교활한

혓바닥으로 동영상이나 핥고 있는

너는 꽃의 탈을 쓴 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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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답이 쌓은 탑

 

1

멍!

멍?멍?

개새끼

누렁이네!

복날 지났어!

내년도 있잖아.

빨리 잡아야해.

더 살찌워서 먹자.

 

도 그놈한테 까불면

 

2

누구

사기꾼.

정치가냐?

주의 종이래.

사랑 넘치겠네?

코로나가 좋아해.

태극기부대 사령관?

반공을 교시로 삶는 교.

광화문에서 순교하겠데.

그놈

한테 찍히면 좌파 빨

갱이

 

 

* 수시체(數詩體)를 사용하여 잡체시(雜體詩)를 한글로 시도해봤다. 그래서 1에서는 글자가 1자로 시작해서 7자까지, 2에서는 2자로 시작해서 10자까지 이어졌다. (문자로 그린 십자가 외) 원래 잡체시는 한시(漢詩)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지식인들의 지적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였다고 한다.

 

 (20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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