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파냐?

 

공원벤치에 앉아 신문기사를 읽었다.

 

광복 75주년이네!

 

“친일청산은 국민의 명령”

이라는 기사를 따라 발끈한 혓바닥들이

욱일승천기처럼 붉게 펄럭였다.

 

“친일 미청산 중심엔 이승만. 사회갈등의 원인”

이라는 기사를 따라 이빠들이

우르르 미소 숲처럼 끓었다.

 

“친일?친나치 안익태 민족반역자, 애국가 바꾸자”

라는 기사를 따라 조중동의

윤전기가 궁색하게 바빠졌다.

 

“코로나 전도사 전광훈,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라는 기사를 따라 일명 ㅃㅆ 목사,

“바이러스 테러 확실, 출발지는 북한”이라고 했다.

 

< ?????? >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었다.

그래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좌파가 됐다.

 

건너편 벤치에는 바람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었다.

그래서 그 벤치는 속수무책으로 우파가 됐다.

 

젊은 청년이 왼쪽으로 돌아서서 담뱃불을 붙이고 있었다.

좌파다.

 

그 오른편 쪽에서 노파가 강아지를 끌고 나타났다.

우파다.

 

해는 동쪽에서 좌파로 떴다가

서쪽 우파로 기울고 있었다.

 

내일은 어느 쪽에서 해가 뜨고 질까?

 

남쪽을 향해 앉은 내가

북쪽을 향한 내 등을 향해

물었다.

 

너는

어느 파냐?

 

(20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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