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스케치

 

- 아침

하늘은

방금 켠 컴퓨터의 화면처럼 푸르다.

오늘은 또 무엇을 검색하며 지낼까?

아무리 로그인을 해도, 마스크를 써도

갈 곳이 열리지 않는 일상,

밖으로 갇혀있는 하늘은

로그아웃 된 얼굴빛이다.

 

- 점심

풀물 든 하늘로 날아간 새가

피워놓고 간 꽃 한 송이

방실거리는 길가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 서있는 가로수,

그 나른한 등에 업혀서 잠이 든 바람

점심때가 지나도

깨어나지 않고 있다.

 

- 저녁

노을이

먼 등성이를 넘고 있다.

그 뒤를 가로등이

일렬종대로 따르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난

유명인사들의

장례행렬 같다.

 

- 밤

저 태평양건너

검은 커튼 뒤에선 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영웅도 친일파도 아닌 나,

세 뿌리* 중 한 뿌리도 행사하지 못한 나,

내 사전에선 모두 검색이 불가능한 무덤이다.

술이나 마시자.

 

 

* 세 뿌리: 남자가 조심해야 할 세 가지

 

(20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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