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세월
 

 

 

기별하지 않고 찾아오는 도둑 
눈앞에 두고도 붙잡을 수 없다 
옷자락 잡아 당겨 감춘다 한들
얼마 후 그만 잡히고 말것을
큰 가방 속에 숨을 걸 그랬나
허둥지둥 하는 사이 손톱은 자라나고
쫓기는 신발은 헐렁하다

 

요즘 같은 세상 
전화나 이메일  카톡방에라도 한마디 남기면 
헝클어진 머리 빗질이라도 할텐데   
사전통보 없이 찾아오는 건 무례한 처사 아닌가

 

반갑지 않은 도둑이 온다면
잠 들은 척 해야지
잠든 척 하는 나를 깨우지는 못할 테니

 

머지않아 지붕이 얼고
흐르던 구름도 멈추는 날
큰길로 들어오는 밤 손님에게
눈가 주름도 귀밑 흰머리도
저항없이 다 내어 주어야 한다

 

그를 막을 자 누구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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