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교회들마저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한 채 떠난 캐나다 밴쿠버섬 나나이모(Nanaimo) 원주민 마을에서, 한국인 조혁준 선교사가 모진 거절과 재정난을 이겨내며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 역사적 배경과 복음화의 이유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1. 백인 교회들이 사역을 포기하고 떠난 이유
400년이 넘는 캐나다 원주민 선교 역사 속에서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백인 교회들조차 결국 원주민 보호구역(Reserve) 사역을 모두 포기하고 철수했습니다.
- 사회적 기능의 완전히 무너진 공동체: 원주민 부족들은 공통적으로 심각한 마약 중독, 알코올 의존, 청소년 조기 임신, 자살, 아동 방치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심방(가정 방문)을 가면 13~14세밖에 안 된 어린 자녀와 부모가 온 집안에 마약에 취해 함께 쓰러져 있을 정도로 공동체 전체가 중독의 영에 깊이 잠겨 있었습니다.
- 외부인을 향한 극심한 배타성과 적대감: 원주민 전용 영토는 외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사유지입니다. 조 선교사가 마을을 돌아다닐 때마다 "당장 빨리 나가라"는 욕설과 거절을 당하기 일쑤여서, 매번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영적·정신적인 긴장감과 거절감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2. 원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닫은 가슴 아픈 역사적 배경
원주민들이 기독교와 외지인에게 이토록 강한 배타성을 품게 된 데에는 역사적으로 교회가 가해자였던 슬픈 과거가 존재합니다.
- 강제 격리와 원주민 기숙학교(Residential Schools)의 비극: 과거 캐나다 정부는 원주민을 문명화한다는 명목 하에 '인디언 법(Indian Act)'을 개정하여, 모든 원주민 아이들을 부모와 강제로 격리해 기숙학교에 수용했습니다.
- 교회가 주도한 학대와 영적 트라우마: 이 기숙학교들을 위탁 운영한 주체가 바로 '교회'였습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고유 언어와 문화를 금지당한 채 상습적인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연방정부 승인 하에 의학 실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염병과 학대로 수많은 아이들이 사망해 암매장당했으며, 이 비극적인 기숙학교 제도는 불과 몇 십 년 전인 1996년에야 마지막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 가정의 파괴와 중독의 대물림: 가장 어린 나이에 세대 전체가 끌려가 영적·육체적 학대를 받다 보니, 16세 이후 고향 마을로 돌아왔을 때 가정을 이끄는 '부모의 역할(롤모델)'을 배운 적이 없었습니다. 삶의 목적을 잃은 성인들이 술과 마약으로 고통을 달랬고, 그 아래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시 방치되는 악순환이 100년 가깝게 대물림되었습니다.
3. 한국인 선교사가 끝까지 버티며 사역하는 이유
16세에 캐나다로 이민을 와 밴쿠버에서 자란 조혁준 목사는, 전임 목회자가 세상을 떠난 후 5년간 방치되어 문을 닫기 직전이던 나나이모 원주민 교회에 부임했습니다.
- 영적 암흑을 밝히는 등대의 사명: 조 선교사는 비참한 현장을 목격하며 "예배에 단 한두 명이 나오더라도, 이 교회가 문을 닫으면 이 마을은 영원히 영적 암흑 속에 갇히게 된다{C}"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교회가 이 땅의 유일한 등대이자 소망이라는 확신이 버티는 힘이 되었습니다.
- 우울증과 극심한 생활고를 이겨낸 기적: 초기에는 원주민들에게 사례비를 전혀 받을 수 없어 생활고가 극심했습니다. 100군데 넘게 이력서를 쓰고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갔으나 팬데믹으로 그마저 끊겼습니다. 첫 아이를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어 하던 1불 50전짜리 에그타르트 하나를 살 돈(전 재산 3불)이 없을 정도로 비참해 우울증 약을 먹으며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애타는 기도 끝에 이름 모를 후원자들의 손길이 기적적으로 이어지며 현재까지 재정이 마이너스 없이 유지되는 은혜를 경험했습니다.
- 미래를 바꿀 '다음 세대' 자립 리더 육성: 조 선교사가 사역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원주민들의 전인격적인 변화와 스스로 일어서는 '자립'입니다.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과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주어, 30년 뒤 이들 중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바꿀 진정한 리더가 나오게 하는 것이 사역의 유일한 이유입니다.
현재 나나이모 원주민 교회는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넘어 50여 명의 원주민 성도가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조 선교사와 뜻을 함께하는 사역자들은 전원 자비량(스스로 비용을 충당)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알베이 섬 등 주변 오지 섬마을의 버려진 교회들을 직접 청소하고 보수하여 벌써 2개의 교회를 재건하고 5개 교회의 재건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사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