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산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만난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내가 운전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였다. 비가 얼마나 세게 앞 차창유리를 때리는지 먼지지우개가 빠른 속도로 내리며 부딪치는 빗물을 좌우로 치워도 치워도 앞이 안보일 정도였다. 많은 차들이 비상등을 깜박이며 달리고, 속도측량기를 보니 내 차는 시속 60km 로 달리고 있었다. 집에 도달할 거리는 한 5-6km 남았을까.
아내가 집에 있는 둘째에게 전화를 하여 비가 많이 오니 창문들을 다 닫아라 하니, 둘째는, 여기 비가 아니온다 하며 하늘이 시커멓게 곧 비가 올것 같다 한다.
산행 중에는 비가 내리지는 안았다. 산행 끝 무렵에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여러번 들려왔다. 숲속이라선지 한낮이라선지 번개 치는 모습을 보지는 못하였다. 산행 가기 전에 본 일기예보는 그 시간쯤에는 벌써 비가 지나가고 해가 뜨는 시간이었지만 조금 늦어지는 듯 했다. 가뭄 끝이라서 비가 내리기를 은근히 바라며, 나는 비가 내리면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가뭄에 타는 메마른 잔디를 보면 마치 나의 어느 곳이 말라가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기에 그런지 나는 산행 중에 비가 내리면 비를 나는 비를 맞겠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산행 후에라도 비가 왔으니 마음이 시원하였다.
어제 산행에서 다시 만난 내가 좋아하는 구간을 걸으면서, 그 곳을 걸을 때마다 생각해온, 내가 영화를 하나 만들면 그건 Love Story이며 내가 좋아하는 그 구간을 꼭 이 영화 넣고 싶다는 생각을 또 했다. 이 곳은 푸른 상록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으며, 특히 눈 쌓인 겨울 풍경이 아름다운 숲속이다. 이 구간은 오르막 길을 오르고 나서 경사가 없어지는 곳이다. 산 중턱에 거의 수평으로 지나가는 숲길 왼쪽은 상록숲 오르막이며 오른편은 상록숲 내리막에 끝에는 숲속의 시냇물이 흐르며, 우리는 이 길을 지나가며 물 흐르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우리가 오름 길에서 상쾌한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힘겹게 올라와서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그리고 아직 씌어지지 않은 Love Story의 대사와 인물들을 상상하며 지어내는 일이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그런 길이 이 구간이다. 내가 영화를 만들게 되면, 아마도 이 영화의 시작이 이 구간이며, 끝도 이 구간이며, 진실로 사랑의 문이 열리는 순간도 이 구간을 걷는 것이며, 오름길에서 사랑의 갈등이 표출되는 곳이며, 등등을 상하게 되는 곳이다.
‘여기가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에 꼭 넣고 싶은 길이야.’ 라고 아내에게 말하니,
웃으며 ‘언제 만들 건데?’ 라고 말하는 뉘앙스에 담긴 것은, ‘만들 수 있겠어?’ 라고 하는 것 같이 들린다.
옆에 같이 가던 커플도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우리가 힘들어 올라왔기에 편한 이 지점에서 잠시 쉬엄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저 아래에서 들려오는 시냇물소리가 시원하다. 우리는 다시 걸어간다.
어제의 일이 기억에서 오늘에 살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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