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하늘에 솟아오른 아침햇살이 찬란하기도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기원하던 민속 고유의 명절도 손꼽아가며 기다리던 날이다.
김영랑 시인의 “장광에 골 붉은 감닙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아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라며 읊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중동과 유럽에서 벌어지는 ‘두 전쟁’이 동시에 확전으로 치달으며 지구촌 정세가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 강도와 범위가 커지면서 양 진영으로 쪼개진 세계가 격랑(激浪)속으로 함께 휘말려 들어가는 상황이다. 8월 12일로 발발(勃發) 900일을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으로 오랜 교착(膠着) 상태에서 벗어나 새 국면에 접어들 조짐이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일 동북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로 진격하는 역습(逆襲)을 단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뉴스다. 러시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것은 2차 세계대전(1939~1945)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중동에선 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단체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이 이스라엘을 곧 공격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달 말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후 이란 등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천명해 왔다. 이스라엘 동맹국인 미국 국가안보회의(NSC)는 12일 “이란 혹은 그들의 대리인이 며칠 안에 이스라엘을 공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대비해 핵 추진 미사일 잠수함을 중동에 추가 배치하고 F-35C 스텔스기(機)를 탑재한 항공모함 전단(戰團)의 파견을 서두르고 있다.
‘꼬리 깃을 깔고 앉아 있는 공작(peacock)은 또 다른 칠면조(turkey)에 지나지 않는다.’(A peacock that rests on his tail feathers is just another turkey.)고 얻어듣는다. 공작(孔雀)은 아름다운 꼬리 깃이 특징인데, 펼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깔고 앉아만 있으면 볼품없는 칠면조와 다를 게 없다고 에두른 표현이 되겠다.
중동발 지정학적인 위험 고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G2’의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국제유가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뉴스다. 8월 1일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先物) 가격은 배럴당 $79.52로 내렸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는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76.31로 내리면서 6월 초 이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내수(內需) 경기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에너지 수요 둔화 전망에 4주 연속 약세를 보인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둔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沈滯)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동(中東) 내 긴장 고조(高潮)로 인한 국제 유가(油價) 인상효과를 상쇄(相殺)했다고 진단했다. 중앙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내릴 당시 고용시장 약화에 잇따른 소비 위축 등을 우려하여 “물가상승보다 경기 위축을 더 걱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말복(末伏) 더위가 비켜섰는지 파란 하늘이 펼쳐졌고 뭉게구름은 도면(圖面)도 없이 개축(改築)공사하느라 여념(餘念)이 없어 보인다. 마음에 점(點)하나 찍으려 상추쌈에 쑥갓을 곁들였다.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개념(槪念)은 익히 알지만, 문제는 왕성하기 짝 없는 식탐(食貪)의 억제와 실천이다. ‘더 많이 씹을수록 더 적게 먹게 된다’는 사실을 유념(留念)해야겠다.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 停車坐愛楓林晩 霜葉紅於二月花”
- ‘멀리 한산으로 오르는 돌길 비스듬한데 /
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人家)가 보이네. /
수레 멈추고 가만히 늦은 단풍 즐기니 /
서리 맞은 나뭇잎 봄꽃보다 붉구나.’ -
[두목(杜牧)/唐, <산행(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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