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s Wide Open’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패럴림픽 테니스 선수 케빈 피에트(36)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로봇 보행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벌떡’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성화봉송에 나선 모습 자체가 올림픽이라며 커다란 감동을 보여주었다.

올림픽 개막식을 몇 시간 앞두고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철도청(SNCF)은 7월 26일 고속철도 네트워크가 방화 공격을 받고 ‘악의적인 행동’으로 인해 심각한 교통시스템 중단을 겪게 될 올림픽 교통 혼란과 안전 문제 이슈가 발생했다는 우울한 긴급뉴스 발표다.

 

한국 선수단이 비 내리는 센강(la Seine) 일대에서 펼쳐지는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 48번째로 입장했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은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 밖’인 센강에서 개최, 일찌감치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5개국 약 1만명의 각국 선수단이 85척의 보트에 분승(分乘)하고 파리의 상징적인 랜드마크를 행진하는 종대(縱隊)길이가 6㎞에 달했다. 올림픽 발상지 그리스가 첫 번째, 난민 선수단이 두 번째로 한국선수단은 프랑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라 205개 참가국 중 48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파리 센강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선수단 입장 시간에 대회 조직위가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왔다.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선수단을 태운 배는 파리 식물원 인근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 파리 명소를 두루 지나 에펠탑 근처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 코스를 가로질렀다. 한국 국가명은 프랑스어로 ‘Korea’가 아닌 ‘Corée’라서 그 순서에 따른 것. ‘Republic of Korea’라는 깃발과 대형 태극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기수인 우상혁(육상 높이뛰기)과 김서영(수영 다이빙) 등 한국선수단은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했다.

 

개막식에서 상식 밖의 실수 하나로 대형 사고라는 오명을 자초했다. 48번째 국가로 한국 선수단이 나오자 개회식 당시 장내 아나운서는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했다. 그는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라고 했다. 심지어 영어 자막과 해설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나왔다. 모두 북한을 지칭하는 단어다. “나라 이름을 잘못 발음•표기하는 건 터무니없는 경우다.” “이게 올림픽 개막식이 맞나”, “고의로 한 짓 아닌가”, “국제 사회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같은 나라라고 보는 것인가.” “아나운서가 틀린 게 아닌, 대본에 그렇게 쓰여 있었을 것”이라는 등 뜨거운 반응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의 심심(甚深)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경우를 우리들은 ‘뜨거운 감자(hot potato)’라면서 에둘러 너스레를 떤다. ‘주먹감자’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된 욕설로 치부되지만, ‘주먹감자’를 쥔 제스처의 명칭과 의미는 나라에 따라 다양하지만 ‘브라 도뇌르’(bras d’honneur, 영광의 팔)라는 고상하게 들리는 프랑스어로 직설적인 어감을 어물쩍하니 희석시킨다. 자신에게 야유(揶揄)를 퍼부은 관중에게 불끈 쥔 ‘주먹감자’ 제스처로 앙갚음을 한 것에서 비롯됐지만, 갈팡질팡 사이 적당과 적정도 최선 못지않긴 하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전훈영•임시현•남수현)은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위대한 올림픽 10연패’라는 전대미문의 위업을 이뤄냈다. 이 종목을 처음 선보인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이번 파리 대회까지 한국은 단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29일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을 세트 승점 5:4로 꺾으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고서도 멋진 결과를 보여준 그들은 대회 내내 나란히 무거운 짐을 나눠 가지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女 10연패 이어 男 3연패 男양궁 단체전, 프랑스 꺾고 금메달 소식이 자랑스럽다.

한국 사브르의 간판 오상욱(28•세계랭킹 4위)이 펜싱 종주국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오상욱은 27일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세계랭킹 14위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2020 도쿄 대회 단체전 우승 멤버였던 그가 획득한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이다. 상위 랭커들이 대거 탈락한 이변의 무대에서 오상욱이 최고의 검객이 됐다.

 

금메달 5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 미국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가 불과 며칠 전 내놓은 한국 선수단의 2024년 파리 올림픽 전망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회 초반부터 ‘쾌속 질주’를 선보이고 있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펼쳐진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오예진이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우승, 김예지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구경 4.5㎜ 공기소총으로 10m 사거리에서 직경 45.5㎜ 표적을 조준하는 게임에서 표적지 정중앙 10점짜리 원의 지름은 0.5㎜다. 샤프심이나 연필심 굵기 정도다. 이 점 하나를 10.0부터 10.9로 나눠 명중시켜야 한다. 육안으로는 식별하기조차 어렵다.

승자에게는 월계관 대신 금메달을, 패자에겐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멋진 장면들이 펼쳐진다.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선수들의 아쉬운 마무리를 두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이기지 못할 건 세월일 뿐…”이라는 위로의 말에 수긍하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 경우도 없진 않다.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일은 아니지만 짐짓 유분수는 살펴야 할 일이다. 기라성같은 선수들이 펼치는 무대에서는 컨디션과 기세에 따라 얼마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진 선수는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 선수)라는 칭호를 얻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레이디 엘리슨(미국)과의 슛오프 명승부 끝에 6-5(27-29, 28-24, 27-29, 29-27, 30-30 <10+-10>)로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거둔 성과는 독보적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만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해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등극했다.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김우진은 동•하계를 통틀어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따낸 한국 올림피언으로 우뚝 섰다. 부침 없이 세계 최고의 위상을 계속 유지하는 김우진을 여러 선수가 선망의 눈으로 바라본다. 혼성전 금메달을 합작한 임시현 역시 ‘롤 모델’로 김우진을 꼽는다. 어린 선수들에게 들려주고픈 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메달 땄다고 자만에 젖어있지 말아라. 해 뜨면 마른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 개인전 메달이 나 혼자 딴 게 아니다. 우리 감독님, 코치님, (대한양궁협회) 임원분들, 선수들 모두가 하나 돼 다 쏟아보자고 하고 (파리에) 왔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대한양궁협회의 공정한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이 오늘날 한국 양궁의 ‘대성공’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어느 날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협회가 만들어준다. 공정하고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며 “초•중•고등학교•대학교를 넘어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준 게 대한민국 양궁이 계속 최강인 이유”라고 짚었다.

0.1mm, 0.001초의 승부. 이번 올림픽에서도 간발의 차이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명승부가 연출되고 있다. ‘Game is not over yet!’ 종목별 제비뽑기해서 골고루 생중계하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이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를 두고 “수영장 수심이 얕아서”라는 변명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이 흘린 지난 수년간의 땀과 눈물이 메달 색깔로 평가 되는 것 보단 저 밝은 미소와 함께 그들의 스포츠맨십을 지구촌 친구들이 나누는 파리올림픽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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