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토론(Presidential debate)이 사회자의 준비된 질문과 후보들의 발언과 재반박만으로 90분간 진행됐다. CNN 진행자 제이크·태퍼와 데이나·배시는 사실을 바로잡거나 허위 발언을 제지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정해진 질문만 던진 뒤 발언 순서와 시간을 지키도록 안내했다. 두 후보의 반복된 거짓말과 말실수로 채워지면서, 미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CNN의 토론진행과 방송형식에 비판이 나왔다. 사회자들이 실시간으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TV토론은 CNN 외 언론 취재진이나 청중 없이 진행됐다. 후보들의 토론 중 캠프 스태프와 소통도 허용되지 않았다. CNN은 생중계 현장에서 방송 송출까지 1~2분 정도 시간 지연을 둔다고 공지했다. CNN의 자체 토론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중 30건 넘는 허위주장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소 9건의 허위주장이나 왜곡된 주장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복해 거짓말할 것이 예견된 데다, 바이든 대통령도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하거나 예상 밖의 실수를 거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정책이나 임신중절(中絶) 관련 정책을 비난하며 허위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州)에서 출생 후 아기를 살해하는 것을 허용한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 중 테러 공격이 없었다.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는 $1조(兆)를 지불하게 하면서 중국, 러시아, 인도는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도 않는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부정행위로 바뀌었다 등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미국이 사망한 적이 없다. △인슐린주사 가격을 한 대당 $400에서 $15로 낮췄다 등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의 주장에 맞서 임신 중절(中絶) 정책을 옹호하는 과정에 젊은 여성이 자신의 형제와 자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며 이치에 어긋난 주장도 했다. 앞뒤 관계가 정확히 연결되지 못하거나, “우리가 메디케어를 물리쳤다(We beat Medicare)”고 풀이하기 어려운 말실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현직 대통령이라는 부담 탓에 실명으로 사퇴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내부적으론 극도의 불안이 확산 중이라고 미 정치전문 매체 Politico가 보도했다. 한 민주당 하원 의원은 “바이든이 후보직을 사퇴하도록 상·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들이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NYT는 “민주당 의원과 당 관계자 및 활동가들이 바이든의 의지와 관계없이 8월에 열릴 전당대회 이전에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지, 당규(黨規) 등을 논의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진보 언론은 토론에서 고령 리스크가 떠오른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일삼고 민주주의를 해치는 자격이 없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ABC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선거 관련 통계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와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토론회 전후로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토론회 전후 지지율이 별다를 것 없는 수치가 나온 데 대해 ABC뉴스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 후보에게 희망이 있다면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특별히 감명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에서) 실패했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거다. 바이든은 그런 논쟁을 하기에는 자부심이 강하며 무대에서 끌려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형식의 ‘아름다운 퇴장’이 필요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여동생 발레리 바이든 오언스, 테드 카우프먼 전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등 최측근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해 “품위 있게 자신의 의지(意志)로 떠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를 저지하고 미국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당초 목표를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목표는 그가 무대에서 걸어 내려오게 하는 것이다. 그에게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품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 교체’ 아우성에 바이든 대통령의 ‘아름다운 퇴장’ 묘수(妙手)를 찾는 美민주당이다.
배넌 전 수석은 지난달 30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장면이 여론조사 지지도 붕괴로 이어져 대선 가도에서 탈락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면서 이러한 상황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역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지난 목요일은 “당신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을 제거하게 될 것이고, 그 대신 ‘예측불허의 인물’을 맞이하는 셈”이라면서 “바이든은 우리에게 최고의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선거캠프가 그동안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는 것을 전제로 해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송두리째 뒤집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되면 공화당은 후보를 교체하는 민주당의 ‘지저분한 과정’을 공격해야 한다며 “그들의 무감각과, 이기적이며, 얼마나 국가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지 않고 개인 야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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