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放心)은 금물(禁物)

 

중국 제나라의 장공 일행이 수렵을 나가는데, 사마귀 한 마리가 앞을 막고 마치 수레바퀴를 멈춰 세우라는 듯이 앞발을 치켜들었다. 장공은 수레를 멈춰 세우고 한참 바라보다 기특하게 여기고 수레를 돌려 사마귀를 피해 지나갔다. 제 분수와 역량을 모르고, 강한 상대나 되지 않을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거지를 에두른 당랑거철(螳螂拒轍)이다.

 

우리네 속담에 “젊은이 망령은 홍두깨로, 늙은이의 망령은 곰국으로 고친다”고 했다. 노인들은 그저 잘 위해 드려야 하고, 아이들이 잘못했을 땐 엄하게 다스려 교육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 뉘시라 두주불사 하다 보면 하늘이 돈짝 만하게 보인다 했다. 바늘구멍으로부터 시작되어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줄도 알지만, 땅을 치는 후회는 앞장을 서지 않고 예외 없이 뒤따르기만 하니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에서 어긋난 행동은 삼가야 지극히 마땅하다. 불행하게도 많은 경우 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지역 주민의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석산의 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석기시대가 끝난 게 아니다’(The Stone Age is not over because the stone is gone)라는 말을 듣고 코웃음 칠는지도 모르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먼저 묻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 스포츠계의 병역 특례 논란은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마다 고개를 드는 이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직후 논란은 2020년 “유지” 쪽으로 결론을 맺었다. 4년에 한번 병역특례를 받는 체육요원 수가 사실상 많지 않고, 대다수 종목 엘리트 선수의 전성기가 군복무 시기와 겹치는 문제 등이 제기되며 입대 기한 및 복무 완료 기한 연기, 대체 복무를 통한 사회봉사 확대 등의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경력단절 없이 선수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국군체육부대 경우도 소수, 특정 종목의 선수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과 함께 군(軍) 내에서 체육, 예술 재능을 이어갈 해법도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 제기된 일부 방만한 프로선수들을 겨냥한 폐지 논란은 병역자원이 급감하는 ‘인구절벽’ 시대상과 맞물려 4년 만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의 경우 상대 경기력이 떨어져 손쉽게 금메달을 딴다는 지적이 불거졌고, 무엇보다 저출생으로 인한 ‘병역 자원’의 급감은 심각한 안보 위기로 대두됐다. “과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받는 것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라고 할 때 만들어진 제도다. 그것이 지금도 필요하냐는 것이다. 지금은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사회 체육”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약체팀도 뚜렷한 약점도 안 보이는 유럽 강호팀만 출전하는 유로(EURO) 우승에 목마른 뜨거운 열기를 두고 뉴스미디어에서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축구팬들 한 달 동안 밤잠은 다 잤다”고 에두를 지경이다.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유로(EURO) 2024’에서도 우승을 향한 치열한 각축전(角逐戰)이 펼쳐지고 있다. 공은 둥글고 경기는 치러봐야 알지만 축구 베팅 사이트에서는 우승 후보로 잉글랜드와 프랑스 등을 1순위로 꼽고 있다.

 

미국은 의회 권력이 비대해지더라도 대통령령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통해 행정부권한을 보장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인데 총선은 2년마다 치러져 여소야대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오바마 정부 때 만든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을 폐지하고,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도록 한 조치가 모두 행정명령으로 이뤄졌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모든 금을 국유화하고 소유와 유통을 불법화하는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과거 독재 체제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했던 긴급조치와 같은 행정권 남용을 막기 위해 대통령령의 제정권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회가 위임해 주지 않으면 대통령령을 발령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자리를 확보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8년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 ‘중범죄’(felony)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1심 재판이긴 하지만 ‘트럼프 유죄’가 결정되면서 이번 대선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의 배심원단(총 12명)은 5월 3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이틀째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34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평결했다.

 

유·무죄의 결정권한을 가진 배심원단이 유죄를 결정함에 따라 재판 담당 판사인 후안 머천 판사는 오는 7월 11일 형량을 선고하기로 했다. 유죄 평결이 내려짐에 따라 D·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호관찰 내지 최대 징역 4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공판 과정 내내 혐의를 부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는 부패한 판사에 의한 조작된 재판이다.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나는 무죄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말실수를 자주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적지 않게 말실수를 하고 연설하다 횡설수설하기도 했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아메리칸 대학교 정부학 강사인 포스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신체적인 능력 차이에서 훨씬 더 뻣뻣해 보이지만,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정이 훨씬 적어 공개 행사 사이에 더 쉴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연설할 때 종종 길고, 맥락이 단절된, 의식의 흐름에 따른 것 같은 장황한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하며 “트럼프는 연설할 때 때때로 늙고 술에 취한 삼촌의 분위기를 풍긴다며 이것이 나이가 들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너무 충동적인 사람이 이러면 예상할 수 없는 영역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해서도 고령 문제가 불식되지 않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너나없이 마구잡이로 휘둘리고 시스템에 덜미를 잡혀 울상을 짓는 일은 없어야겠다. 하지만 잃을 것도 없으니 망할 일도 없다고 여겼거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면 차안(此案)에 부재(不在)함이나 다름 아니다. “아무렴 힘껏 던진다고 멀리 날아가는 것도 아닌 종이비행기도 무게의 중심이 제 힘을 온전히 전달받아야하고 각도나 릴리스 포인트도 중요하다.”고 했다.

 

“春洲菰蔣綠 江水似空虛 望山以高詠 意釣不在魚”

- ‘봄 모래톱에 줄풀 푸르고 / 강물은 텅 빈 하늘처럼 비었네. /

산을 바라보며 높이 읊조리는데 / 낚시하는 뜻은 물고기에 있지 않네.’ -

[예찬(倪瓚)/元, <춘강독조(春江獨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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