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産油國)의 꿈

 

“산유국 로또 1장 긁는데 1,000억 원… 20% 당첨률 시추공(試錐孔) 5장은 사야 / 심해 가스전 영일만서 탐사 / 21세기 최대 유전 ‘가이아나’ 닮은꼴 산유국 기대감↑ / 성공률 20% ‘로또’를 위한 예산편성 두고 격돌”이라는 뉴스타이틀이 대문짝 만하다. 비토르 아브레우 미국 액트지오사 고문이 지난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관련 기자회견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파이낸셜뉴스]는 20% 확률로 동해 앞바다에 석유·가스가 묻혀있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직접 시추해 보는 수밖에 남지 않았다. 추정되는 최대 매장량은 140억배럴로 ‘21세기 최대 심해 유전’으로 불리는 가이아나 리자 광구의 120억 배럴을 뛰어넘어 단숨에 산유국 반열로 올라설 수 있는 ‘로또’ 하지만 참가비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연말부터 5개 시추공을 뚫겠다고 나섰지만 1개 당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20%의 당첨확률이 빗나갈 경우 최소 5,000억 원 이상 ‘헛돈’을 쓰게 되는 셈이 되겠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내년도 예산안에 1개 시추공 비용에 해당하는 1,000억 원가량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 첫 시추 단계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은 2026년까지 동해 심해에 최소 5개의 시추공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부처별 예산요구서에 ‘(국내·외) 유전개발사업출자’ 증액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하기관이다. 초기 시추 비용 1,000억원 가운데 50% 가량을 석유공사가 나머지 50%를 중앙정부가 석유공사에 융자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융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유전개발사업출자 예산은 481억 원 수준이다. 전년보다 59.8% 늘어난 규모지만 여전히 시추 융자규모인 ‘최소 5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년 예산으로 시추를 진행할 경우 1.6배를 전년에 이어 연속으로 증액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미 각 부처로부터 예산 계획안을 제출 받아 심사 과정에 들어가 있다. 지난해 대폭 삭감을 겪은 연구·개발(R&D) 예산의 원상복구가 예정돼 있고, 반도체 산업과 저출산·고령화 대응에도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선포했다. 반면 정부의 재정 기조는 여전히 긴축에 가까운 만큼 다른 분야에선 ‘엄격한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유징 확률이 보장되지 않은 유전개발 사업에 섣부른 증액이 어려운 이유가 존재한다.

 

120억 배럴의 매장량을 기록한 가이아나 리자 광구의 경제적 가치는 1,00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에 영일만 유전의 매장량이 예측대로 최대 140억 배럴에 이른다면 단순계산으로 약1,200조에 가까운 ‘재정 프리미엄’을 갖게 된다. 재정 고갈이 우려되는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또는 결손 우려가 높아지는 세수 등을 단숨에 보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자원개발의 특성상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도박성이 예산편성을 강력하게 가로막고 있다. 지질 분석을 맡은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고문도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추 뿐”이라면서도 “20%의 성공 가능성은 80%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성공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설사 20%의 확률 안에 들어 석유·가스를 발견하더라도 매장량이 장밋빛 기대와 다를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성공률을 예견한 액트지오에서도 추정 매장량은 최대 140억 배럴에서 최소 35억 배럴로 4배까지 차이를 벌려 놨다. 낮은 당첨확률의 복권을 구입하면서 당첨금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셈이다. 예산안 승인에 거대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유전 탐사개발의 실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지만 사람들은 ‘꿈 보단 해몽’이라고도 했다.

 

‘산유국의 꿈’이 화제를 모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진짜 창업자 만드는 제1 원칙은 자기 돈 들여 시작하게 하는 것 그래야 철저히 검증하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했던 우드사이드는 50% 지분도 반납 후 철수했는데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액트지오, ‘리스크’ 없이 무혈입성 했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위험 부담은 누가 책임지는지?” 우리들의 생각 주머니와 여건도 명약관화(明若觀火)했으면 오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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