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옳고 어제까진 글렀음’(今是而昨非)을 담담하게 술회(述懷)하는 도연명(陶淵明)의《귀거래혜사병서(歸去來兮辭幷序)》세칭(世稱)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온 오늘은 잘한 일(今是)이고, 부귀(富貴)와 공명(功名)을 좇았던 지난날은 잘못된 일(昨非)’이라고 했다.
통계는 숫자 뒤에 가려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요즘 공직사회에서도 이른바 ‘3요? 주의보’가 불고 있다고 한다. 업무를 지시했을 때 “이걸요? 제가요? 왜요?”와 같은 반응부터 나오는 공무원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3요?’가 MZ 세대만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며 업무수행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55만 대군(大軍)은 있는데 군인이 없고, 스타는 널렸는데 장군이 없다”는 자조(自嘲)섞인 냉소(冷笑)와 개념(槪念)없이 지껄이는 모습은 딱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산봉우리에 해 뜨고 해가 질 적에 부모형제 우릴 믿고 단잠을 이룬다.♬며 목청 높여 군가(軍歌)를 부르며 유격(遊擊)훈련하던 젊은 시절의 추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하기만 하다. 저마다의 재능(才能)과 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병역(兵役)은 국토방위를 위한 국민 된 신성한 의무(義務)였고, 솔선수범(率先垂範)하는 자세는 우리들에게 보람차고 자랑스러운 시간이었다.
일제(日帝)의 식민통치와 6•25전쟁을 연이어 겪은 한국 현대사에서 독립운동과 친일(親日), 반공(反共)과 용공(容共)을 넘나든 인물은 적지 않다.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대한민국에서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평가는 현재의 이념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쳐준다. 이념(理念) 역시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존립하기 위해 국민을 통합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근본이념이 요구된다. ‘소낙비는 쇠등위에서도 가름을 하듯’ 국가의 이념은 그 정당성(正當性)과 득실(得失)이 명확히 고려돼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공산당 지도부출신 원로집단으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諫言)을 듣고, 당면(當面)한 국가 난제(難題)가 첩첩(疊疊)인데 “이게 다 내 탓이란 거냐”며 격분했다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원로(元老)그룹은 지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앞서 사전 모임을 가졌고 현 지도부에 전달할 의견을 모아 원로들 가운데 대표자 몇 명만 베이다이허 회의에 참석했다고 한다.
지난 5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의 청년관을 집중 분석한 기사에서 “젊은 세대는 고생을 맛보고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 하며(吃苦耐勞),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自力更生)”는 시진핑 발언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며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艱苦奮鬪), 교만과 교태를 제거하고 버려야 한다(?棄驕嬌)”는 시진핑 어록도 내세웠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로코에서 리히터 규모 6.8지진이 발생한 이후 유엔에 이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국가들이 전문가로 구성된 구조인력과 구호물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어처구니없게도 모로코 당국은 지진 발생 나흘차인 11일까지도 허가를 주저하고 있어 상대국들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옷깃을 여미면 팔꿈치가 보일까봐’라고 에둘러 말하는 견해도 있었지만, 골든타임을 훌쩍 넘기고도 오죽했으면 무너진 잔해더미를 맨손으로 파헤친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고 진동하는 시체 썩는 냄새에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따로 없어 보인다.
한편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리비아의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만 5천명이 넘는 주민이 밀어닥친 물살에 목숨을 잃으면서 현지 당국과 주민들은 넘쳐나는 시신을 처리하려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BBC방송보도다. 관은커녕 시신 보관용 가방마저 부족해 시신을 담요에 싸서 매장하는 참혹한 광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열대성 폭풍이 리비아 동북부를 강타한 상황에서 외곽에 있는 댐 2곳이 무너지면서 연안 도시를 휩쓸었다. 재앙적인 피해로 확산된 것은 기후변화와 정치적 혼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홍수가 덮친 비극 현장에 이집트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지원이 도착하기 시작했지만, 두 개의 정부로 분열된 리비아의 정치 상황이 구조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으로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유엔이 인정하는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리비아를 강타 데르나에서 약 12km 떨어진 댐이 무너졌고, 쏟아져 나온 물이 계곡을 휩쓸고 내려가 데르나에서 가까운 두 번째 댐마저 터뜨리면서 참사가 벌어졌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0일 촬영된 영상에는 홍수로 불어난 물이 데르나를 가로질러 흐르고, 차량들이 물살에 맥없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찍혔다. 낮이 되자 뒤집힌 차량과 진흙으로 뒤덮인 거리 등 곳곳에 대홍수가 할퀴고 간 상처로 가득했다. 실종자도 최소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배출한 메탄 중 30%가 ‘소 방귀’ 때문이라고 한다. 메탄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보다 5배 적지만, 80배 더 독하고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젖소와 육우(肉牛)의 유전형질을 변형시켜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온실 가스(greenhouse gases)에는 이산화 탄소(carbon dioxide), 메탄(methane), 이산화 질소(nitrous oxide)가 있다. 가축의 방귀와 트림은 농작물 재배를 위해 비료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메탄을 생산한다.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것은 어감(語感)의 문제이지만, 인간이 가축을 필요로 하는 한 간과(看過)할 수 없는 문제가 되겠다.
옛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앞뒤가 꽉 막힌 경우를 에둘러가며 “여름 벌레는 얼음을 알지 못한다(夏蟲不知氷)”고 했다. ‘제 눈에 안경’이듯 남 탓해가며 열 올릴 일은 아닌 줄 안다. “부침(浮沈)을 거듭하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일러주는 잠언(箴言)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산천(山川) 경계(境界) 좋고 가을바람이 시원해도 정신 똑바로 차릴 일이다. 하필이면 세차(洗車)후 소낙비를 만나는 멋쩍은 경우는 없어야겠다.
“風都有意收殘暑 雲尙多情戀太陽 莫怪人間無易事 一晴天且費商量” - ‘바람에는 모두 뜻이 있어 늦더위 거두고 /구름 또한 정(情)이 많아 태양을 그리워하네. /인간세상 쉬운 일 없다고 괴이타 마소 /하늘도 일단 맑게 개이고 나면 신경 쓰나니.’ -[하사옹(何士?)/淸, <망청(望晴)>]
(대한민국 ROTC 회원지 Leaders’ World 202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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