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먹는다는 정월대보름날 아침. 오곡(쌀·보리·콩·조·기장)밥에 철따라 정성을 기울여 말려 갈무리해둔 고비, 취나물, 고사리, 호박, 가지에 무채, 숙주, 표고버섯, 시금치 반찬을 큼지막한 양푼에 쓱쓱 비벼 맛있게 먹는 음식과 부럼을 깨트려먹는 풍습은 아련한 추억과 민족 고유의 오랜 전통을 유지해가고픈 우리들 마음가짐의 단면(斷面)일 테다.
‘갈매기와 사귄다.’는 뜻의 ‘구맹(鷗盟)’이 있다. 취미나 기호(嗜好)를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거나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생활을 에두르는 말이기도 하다. 입춘(立春)에 봄기운이 찾아들었다고는 하지만 꽃잎이 피어날 때까진 견디기 힘든 찬바람도 기승(氣勝)을 부릴 테니 만화방창(萬化方暢)하는 봄날이 올 때까진 옷깃을 여며야 할까보다.
어제가 오늘보다 더 나았다고들 말하지만, 올해도 지나면 작년이 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맑은 날 있으면 궂은 날도 있으련만 흰머리 검어질 까닭이 없다. ‘도로남’이라는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란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고 마는 장난 같은 인생사♬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남’과 ‘님’이란 글자의 차이가 점 하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겨우 획 하나의 차이지만 그 뜻은 거의 반대되는 말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치가 번뜩이는 노랫말이다.
시대를 불문하고 명품산업은 수요와 공급에 아랑곳없었나보다. “값비싼 상품의 과시적인 소비는 유한(有閑)계급들이 존경을 얻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이다.” 미국 사회·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그 당시 미국의 상류계층이 먹고 놀면서 고가의 제품을 사들이는 약탈적인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주장했던 말이다. 사치품이나 명품의 경우 비쌀수록 잘 팔리고 값을 내리면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베블런 효과’라 불리는 건 이런 통찰에서 기인한다.
<‘오빠차’의 배신? 람보르기니 10대 중 8대는 ‘연두색 번호판’>이란 뉴스 타이틀이 우리 사회에 만연(蔓延)한 허세(虛勢)를 반증(反證)해준다. “올 7월부터 법인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이 부착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운행 중인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 3대 슈퍼카 브랜드 차량 10대 중 8대 가량이 법인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람보르기니는 1698대 중 1371대(80.7%),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차였다. 국내에 등록된 전체 승용차의 개인 구매 비중이 87.2%, 법인 구매가 12.8%이지만 슈퍼카는 법인차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고 전한다.
광역토론토(GTA)를 포함한 온타리오주 남부지역에 2월 초 한랭(寒冷) 전선이 강타할 것이란 예보에 설마 했더니만 -30°C의 혹한(酷寒)은 예외를 허락하지 않았다. “미국의 기상예보시스템(GFS)에 따르면 토론토북부 무스코카 등 별장 지역은 -41°C까지 뚝 떨어지는 북극형 추위가 자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말부터 새해 들어 지금까지 비교적 따뜻한 기온이 지속됐으나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랭전선이 온주남부의 온화한 공기와 마주치면서 변덕스런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며 폭설과 폭우 등 여러 가지 현상과 변화가 많은 날씨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추운 날씨지만, “신(神)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구(警句)처럼 태평양 연안(沿岸)의 밴쿠버는 영상 5°C 일 때 동쪽의 토론토는 -16°C, 수도 오타와는 -27°C였고 토론토와 밴쿠버의 시차(時差)는 3시간이 된다. 올해의 입춘시(立春時)는 2023년 2월 4일 오전 11시 43분이고, 명리학(命理學)의 기준으로 보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절(立春節)이 새해의 시작이다. 해(年)가 바뀌고 철(節)이 바뀌면 자연의 기운도 바뀐다. 좋은 운(運)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각자의 방법으로 무슨 음식물이든 가급적 가공 안 된 재료를 사다가 직접 만들어 먹는 게 가장 좋다하지만, 김치는 예전과 달리 한 포기를 담글 수도 없고 담가 먹기보다 사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긴 하다. 배추·무 직접 고른다더니 ‘김치 명인(名人)’도 못 믿을 세상’이란 밥맛 떨어지게 하는 뉴스가 시끌벅적하다. 사기꾼한테 속는 것도 억울한데 명인에게마저 사기당하는 기분이 어떨지 헤아린다면 말이다. 명인(名人)을 내세우다말고 알량한 양심을 내동댕이친 파렴치(破廉恥)는 다스릴 길이 없었나보다.
농수축산물(農水畜産物)의 원산지 둔갑(遁甲) 等等… 눈감고 ‘야옹’하는 상도덕(商道德)을 뻥끗할라치면 되래 뚱딴지처럼 여기려든다. 덤 튀기기에 이래저래 애꿎은 소비자들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약삭빠른 술수(術數)에 익숙해가는 세파일지라도 어딘가에 존경받아 마땅할 심지(心地)가 곧은 의인(義人)은 숨어있을 것으로 믿고 싶어진다.
“鷄鶩群爭盡日忙 一聲淸?晩風長 怪渠本具凌宵? 苦傍人家覓稻粱” - ‘닭과 집오리 무리지어 온종일 분주하고/한 자락 맑은 울음소리 늦바람에 길게 울리네./유별나다 본래 하늘높이 나는 깃촉을 지녔는데/굳이 사람 사는 가까이서 벼와 메조를 찾고 있으니.’ - [기거유(紀鉅維)/淸, <사학(飼鶴)>二首其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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