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우화(寓話)

 

 2023 계묘년(癸卯年) 희망찬 새해 새아침을 맞이하여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고 두루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토끼와 관련한 이야기는 거북이와의 경주처럼 자만(自慢)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지만, 별주부전(鼈主簿傳)에서처럼 지혜롭게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도 있다.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귀족 맹상군(孟嘗君)과 그의 식객 풍훤(馮?)의 고사에서 유래했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고사는 ‘꾀 많은 토끼가 굴(窟) 세 개를 파서 위기에 대비한다.’는 에두른 뜻으로 교훈을 안겨준다.

 송구영신(送舊迎新)하면서 우리들은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다짐하곤 했다. 이래저래 작심삼일(作心三日)인 경우가 적잖아 스스로 뉘우치기도 하지만, 그럴듯하게 미화(美化)시키는데 급급하기도 한다. 보건당국은 건강을 위해 당분(糖分)이 많은 탄산음료를 피하고 가공식품을 적게 먹을 것을 권장한다. 뭐든지 튀기면 맛있어진다는 튀김인데 손사래 치거나 적게 먹으면 더 좋은 가공식품들이다.

 눈꽃이 만발해야 할 계절이지만, 창(窓) 밖은 영상(零上)의 날씨다. 집안에서도 행여 찬바람 들어올까 봐 창문을 꼭꼭 닫기에 여념(餘念)이 없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잠깐 춥더라도 환기를 소홀해선 아니 되겠다. 아무튼 “Showing up is half the challenge.”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No matter what business you are in, you also can help people, and you can make a difference.”(당신이 어떤 일에 종사하든, 당신도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아무렴 ‘구더기 무서워 장(醬) 못 담근다.’는 푸념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오죽이겠다.

 ‘겨울에 이르렀다’는 동지(冬至). 24절기 가운데 22번째 절기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었다. 설날 떡국, 대보름날 오곡밥, 추석 송편, 동짓날에는 자기 나이 수만큼의 새알옹심이 든 팥죽을 먹는 날이다.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팥죽을 먹었더니 추위가 한결 누그러지는 듯하였다. 옛날 흉년엔 논 한 마지기와 팥죽 한 동이를 바꿔먹기도 했다는 음식이다. 동지가 훌쩍 지났으니 낮의 길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질 터이다.

 우리민족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호랑이가 “팥죽 한 그릇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능청을 떨 정도였으니 특별한 별식(別食)이었던 듯하다. 동지를 맞이해 기쁘고 벅찬 사람도, 형편이 여의(如意)치 못한 이들도 계실테다. ‘가재는 게(蟹) 편이고, 초록은 동색(同色)’이라 한다. 주저리주저리 반찬타령이 염려되시거든 주위 가까운 이들과 떡국이나 팥죽 한 그릇이라도 맛있게 나누면서 우환(憂患)이 없는 새해를 기원해 보심은 어떨까요?

 ‘띵작’은 이른바 ‘야민정음’의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야민정음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국내야구 갤러리(揭示板)를 뜻하는 ‘야갤’과 훈민정음을 합성한 말이다. 모양이 비슷한 글자를 의도적으로 바꿔 쓰는 한글 문자 유희로, 한글을 자소 단위로 해체·재조합하는 것이 특징이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적거나, ‘귀엽다’를 ‘커엽다’로 쓰는 것이다. 이 지문은 이런 방식이 젊은 세대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고 서로간의 친밀감을 높였다지만 세대 간(間)의 소통 단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다.

 밥상머리에서 입맛에 당기는 것을 먹어야 건강해지는 것은 지당(至當)하지만 농축(濃縮) 됐다고 좋은 게 아니고, 비싸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암(癌)치료에 전력하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암과 잘 싸워 이길 수 있는 몸 상태를 위해, 영양소를 균형 있게 갖춰서 골고루 섭취하라”고 권한다. 마음의 여유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일 순 있겠지만, 끼니마다 먹는 입맛이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테다.

 인간은 단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유한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유한한 시간 때문에 인간의 삶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인간은 최선을 다해 마지막처럼 살아야 하기에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간절한 소망과 기대, 패배와 몰락, 위대한 승리와 성취와 같은 가치로 가득하다.

 비싸고 귀한 음식이기 보단 싱싱한 고등어구이 한 토막, 고슬고슬한 밥 한 공기에 배춧잎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이 여의치 않았어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가짐을 되새길 일이다. 언젠간 식사와 대화가 힘들어질 수 있음을 인지(認知)해야 하겠지만, 뜻하지 않게 찾아든 병고(病苦)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분투하시는 여러분에게 세상의 고운 언어로 삼가 위로와 경의(敬意)를 전해드리고 싶다.

“安南遠進紅鸚鵡 色似桃花語似人 文章辯慧皆如此 籠檻何年出得身” - ‘멀리 안남에서 진상한 붉은 앵무새 /색깔은 복사꽃 같고 사람처럼 말을 하네. /문장과 말재주가 이처럼 뛰어난데 /새장 속에서 어느 때 몸이 나오게 되려나.’ - [백거이(白居易)/唐, <홍앵무(붉은 앵무새·紅鸚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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