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나?

“독도에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 이게 이른바 진보정당에서 내놓은 성명서다. 민주노동당이 완전히 맛이 갔다. 북조선에서나 통할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방식으로, 지도부가 소위 NL세력에게 장악 당했기 때문이다. 우익 민족주의자들의 이 시대착오와 결별하지 않는 이상, 민주노동당은 전망을 가질 수 없다. 사람들을 독도에 보내 만세를 부르게 하는 것은 의원들이 할 만한 짓이 못 된다. 한다 해도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당 의원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쉽게 열 받는 다혈질들이 할 짓이다. 끓어오르는 민족감정에 편승하는 것은 진보정당이 할 일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런 분위기가 자칫 낡은 민족주의의 고양으로 흐르지 않게 견제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일본 대(對) 한국’의 대립이 아니라 ‘한일우익 대(對) 한일 두 나라의 개혁진보세력’으로 바로잡는 역할. 거기에 진보정당의 과제가 있다. 어느 나라 진보정당에서 “군대를 보내자”는 맛이 간 헛소리를 하던가. 진보는 내셔널리즘의 광기에 내셔널리즘으로 맞설 게 아니라 내셔널리즘에 인터내셔널리즘으로 맞서야 한다. /씨알뉴스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일본을 ‘섬’으로 고립시켜 그들의 우경화 야욕을 저지해야 한다면,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국제주의의 관점에 서서 일본 내의 양심세력과 연대하여, 그 사회 내에서 일본의 우익을 고립, 약화시켜야 한다. 우리에게 한승조 같은 분들이 계시듯이, 일본 사회라고 또라이들이 없겠는가? 일본의 문제는 사회상식으로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그 또라이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아직 미성숙한 일본 사회의 아픔으로 끌어안는 여유를 보여주어야 한다. 듣자 하니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이 일본에 “독일을 본받으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우경화를 저지하려는 일본인들의 싸움은 일본 사회가 정신적 성숙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 일본 민족 전체를 적대시하기보다는 국제적 연대의 정신에 입각하여 이런 일본의 정신적 낙후성에 절망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일본인들의 노력을 도와줘야 한다. 일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도 이제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우리 사회 역시 충분히 성숙했는지 (가령 베트남 문제와 관련하여) 반성을 해야 한다. 단호하나 차분한 대응 일본 외상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겠다는 발언을 한 모양이다. 열 받았나 보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듣자 하니 그 문제는 우리 쪽 손바닥을 내밀지 않는 이상, 소리가 날 수 없는 구조라고 한다. 그렇다면 혼자서 열심히 허공에 손바닥을 저으라고 내버려두고, 우리는 그 허탈한 무용을 조용히 감상하면 될 일이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시민들의 분노를 격조 있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네티즌들 역시 이제는 과거와 달리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이것은 흥분할 문제가 아니라 풍자를 할 문제다. 가령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선포한다면, 우리 쪽에서는 “시마네현의 울릉군으로의 편입을 축하합니다”라고 대꾸해주며, 시마네현을 시마네면으로 개칭하여 울릉군 시마네면(面)의 면민들에게 울릉군의 명예 군민증을 선사해주면 될 일이다. 일본 우익의 도발에 같은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 없다. 그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서 점잖게 그들의 망령을 비웃어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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