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년 된, 끝없는 이야기

 

삼손: 아버지, 어머니, 제가 탐나로 내려 갔다가 한 어여쁜 블레셋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 여자와 결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삼손의 부모: 이스라엘에도 너와 결혼할 여자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너는 왜 그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우기냐? 블레셋 사람들은 할례도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삼손: 그 여자를 데려다 주세요! 저는 꼭 그 여자와 결혼하여야 되겠어요.

 

구약성서 "판관기"에 있는 이야기다. 성경에서 '블레셋'이란 단어가 250번 나온다고 한다. 블레셋 사람들은 오늘날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리는 곳에 살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바다의 사람들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는데, 그들의 기원은 그리스 문명의 시작점이 되는 '에게해'와 '마케네'에서 온 민족들이라 한다.

 

파란만장한 유대인들의 역사는 부침을 거듭하지만 기원전 1세기에는 로마가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함으로써 유태인들의 독립왕조는 완전히 소멸한다. 독특한 종교를 지닌 유대인들은 로마가 이교 숭배를 강요하자 이에 대항하여 기원후 70년과 130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다. 당시의 대 로마제국에 비하면 보잘것없던 작은 지역인 유대지방이 두 번이나 반란을 일으켰기에 이에 분노한 로마 황제 '하드리안'은 유대인에 대한 보복으로 유대인들을 가장 힘들게 하였던 블레셋 사람들의 이름을 따서 그 지역을 "팔레스타인"이라 명명(命名)하였다. 그후 로마는 철저한 유태인 말살 정책을 시행하여 유대인 다수는 몰살당하고 살아 남은 유태인들은 세계 각처로 흩어져 길고 긴 유랑의 생활로 들어가게 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나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때 블레셋 사람이 살고 있던 지역은 점령하지 못하였다. 블레셋은 유다와 마찬가지로 기원전 6세기경 바빌로니아 왕국에 의해 멸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성경의 '블레셋' 사람들 사이에, 어떤 혈통적인 연관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왜냐 하면, 현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라비아 반도에서 시작된 아랍민족들이기 때문이다. 주로 아라비아 반도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아랍인들은 서기 7세기경, '마호멧'이 전파한 이슬람교의 신앙 아래 통일국가를 건설하게 된다. 그후 세력이 확장되어 중동전역과 스페인까지 걸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이 시기에 팔레스타인 지역도 아랍인의 영향권 아래 있게 되며 그후 계속해서 이곳은 아랍인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0년간 에집트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다가 모세에 의하여 그곳에서 탈출(Exodus)하여 종살이에서 벗어나며, 여호수아 때에 가나안에 들어갔다. 3천 년 전, 젖과 꿀이 흐른다는 신의 약속인 땅에 들어와 주변의 종족들을 물리치고 유다 왕국을 건립하였던 것처럼, 2000년 만에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가나안 땅에 다시 돌아와 1948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웠다. 이에 대해 아랍인들은 일제히 반발함으로써 제 1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지만, 오히려 수적으로 우세한 이집트, 시리아, 요르단 등 6개국의 아랍 연합군은 신생국 이스라엘에게 패배했다. 그 전쟁의 승리로 이스라엘은 1년 전인 1947년, 유엔에서 지정해준 영토보다 더 넓은 영토를 획득하면서 그 지역에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이후에도, 1956년, 1967년, 1973년 등 3번에 걸쳐 전쟁이 더 있었으나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아랍인들의 노력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되어 6일 만에 끝난 1967년 전쟁에서의 승리로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지대, 가자지구, 시나이 반도, 골란고원 등 본토의 5배에 달하는 지역을 점령하며 그 지역들은 아직까지도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게 된다.

 

2천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이스라엘은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가 되었고, 반면 '팔레스타인'은 자신들의 잃어버린 땅을 회복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이스라엘에게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에서 1200여 명을 학살하고 250여 명의 이스라엘인을 인질로 잡아간 후 그 보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민중은 3만8천여 명이다. 납치된 지 245일 만인 지난 6월8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되었던 인질 중 4명을 구출하였다. 구출된 이들 모두는 전쟁 발발 당일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 축제'에 참여했다가 납치되었던 인질이었다. 이 작전은 미국의 첩보기관이 정보를 이스라엘 측에 제공했고,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을 위해 몇 주에 걸쳐 인질이 갇힌 건물 2곳의 모형을 만들어 구출작전을 연습했다. 비록 이스라엘군이 인질 4명을 구출을 하기는 하였지만, 그 작전과정에서 어린이 64명, 여성 57명을 포함한 사망자가 274명, 부상지가 698명으로 총 사상자가 1000여 명에 육박했다. 복수가 복수를 정당화하여 과잉 복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캐나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캐네디언 권리와 자유 헌장에 의하면, "모든 인종과 윤리적 배경은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인 활동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캐나다는 다문화적인 모자이크적 문화를 지향하는 국가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이후, 심한 분열의 극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 소수인종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증오심을 품고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하는 '증오범죄'(Hate crime)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라는 집단성에 매몰되어 타자의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들을 보면 더욱 가관인 것이, 소속되어 있는 정당이야 어떻든 국가의 수반이 되어 통치자가 되면 국민의 통합에 전념하여야 되는데, 오히려 우리라는 집단성에 부화뇌동해 더욱 분열을 조장한다.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 땅은 조상들의 고향이었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인들 또한 이 땅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에 결사 반대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3천 년된 끝없는 진행형 스토리이다. 그러나 인류 모두가 안고 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서라기 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하여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1만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중동지역이지만 그 여파는 캐나다를 비롯해 세계를 분열 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으면 다른 한쪽에선 이스라엘을 편드는 데모도 진행되고 있다. 우선, 캐나다 만이라도 문화적인 모자이크 다문화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 지향의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캐나다 인권헌장은 명시하고 있다.

"캐나다의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Everyone in Canada is Equal)

 

2024년 6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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