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되어야 할 신화와 경계 하여야 할 신화, 모범적인 소수인종(Model Minority).

 

캐나다 원주민 기숙학교는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정부의 지원 아래 기독교 단체들이 설립하고 운영했다. 대략 130개의 기숙사학교가 있었다. 수용대상은 원주민 아이들로 한정되었고, 어린아이들은 6-7세경부터 시작하여 17세-18세까지 약 10년 간 강제로 기숙사에 머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당시, 유럽인들은 콜롬버스가 인디언이라고 명명(命名)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야만인으로 취급하였다. 특히, 캐나다에서는 야만족(Savage)인 원주민 아이들을 기독교로 개종시켜 문명화 시킨다는 미명 아래 아이들은 강제로 부모와 결별하게 했으며, 기숙사에 억류되어 있는 기간, 원주민의 고유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그들만의 문화적 전통에 참여 하는 것이 절대 금지되었다.

 

솔 마마카와(Sol Mamakwa)는 원주민 출신 NDP소속 온타리오 주의원이다. 어린 나이에 강제로 부모, 가족과 떨어져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10여 년을 보냈다.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던 기숙사학교의 선생들은 학생들이 그들의 고유언어를 말하다 발각되면, 금지된 야만족의 언어를 사용하였다 하여 비눗물로 입을 씻게 하였으며, 형벌을 내렸다. 추운 겨울에는 장갑없이 문 밖으로 내쫓아 나무를 잘라 겨울 땔감을 만들게 하였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정신적, 신체적인 학대로 많은 원주민 어린아이들이 죽었고, 비밀로 매장되어, 그들은 죽어서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 숫자는 1만여 명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신민당 소속 주의원 솔 마마카와가 발언을 할 때면, 고성과 야유가 오가는 정당간 토론 장소인 의사당 내에서도 신기할 만큼 조용해진다. 마마카와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는 온타리오 주의원이다. 그는 지난 5월28일(화), 캐나다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캐나다의 공식 언어인 영어나 불어가 아닌 인디안 고유언어로 정기 질의시간에 발언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은 시간대에 영어와 불어로 통역되어 의사당 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가 인디안 토속어인 ‘오-지 그리(Oji-Cree)’로 한 발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가르쳐 주었던 언어, 그러나 금지된 언어였기 때문에 체형(體刑)까지 겪어 가며 보존하려 하였던 멸종위기의 언어는 그의 노력에 의해서 온주 의사당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말할 수 있었다. 역사적인 그날, 온주 의사당에는 그날이 생일인 79세의 그의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원주민 동료들이 초대되어 역사적인 순간을 의사당 발코니에서 지켜 볼 수 있었다.

 

원주민 출신 주의원 솔 마마카와는 현대판 신화의 창조자라 할 수 있다.

 

캐나다와 미국으로 대변되는 북미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은 백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사회의 시스템을 모범적으로 잘 따르고 있다는 칭찬처럼 쓰여지는 '모델 마이너리티"(Model Minority)라는 신용어가 있다. 이 용어의 요점은 아시아계는 흑인이나 라틴아메리카계 등 타 이민족과 달리 준법정신에 투철하고 근면 성실함으로써 성공한 이민자로 통하는 만큼 인종차별의 피해자로 보는 인식이 비교적 적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일부 백인들이 자행하는 인종적인 차별대우를 정당화하기 위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보라, 저 동양사람들을! 저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배우며, 일하니 잘살지 않느냐!"

 

마치, 흑인들이나 타민족이 비교적 빈곤한 것을, 게으르고 열심히 일하지 않은 그들의 잘못인 것처럼 간주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한밤중에 습격을 받아 노예로 잡혀와 피와 땀을 흘려 백인들의 주류사회인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것에 큰 공헌을 한 흑인들에겐 억울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김씨네 컨비니언스’(Kim”s Convenience)는 캐나다의 시트콤(Situation Comedy)으로 캐나다 이민 2세 '최인수'씨의 연극 ‘김씨네 편의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CBC 텔레비전에서 2016년 10월11일부터 2021년 4월13일까지 방영된 히트작이다. 1974년 캐나다에 이민 와 우리 부부의 생존의 수단이었던 편의점이 주제가 되어 인기 시트콤으로 각광 받을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그때의 나를 상상해 보며 그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시트콤'에는 1970년대에 갓난 아이와 함께, 하루 14시간, 일년 365일을 편의점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전혀 컨비니언스하게 지낼 수 없었던 이민 초기의 우리 부부와 유사한 절실한 경험담은 설 자리가 없었다. 백인들의 관점에서 본 성공한 이민 케이스인 '모델 마이너리티'가 되어 있는 "김씨네 편의점"만 있을 뿐이었다. 

 

온타리오주 덕 포드 총리는 지난 5월25일(토) 아침 5시 노스욕 유대교 '퍼블릭 스쿨(Bais Chaya Mushka Elementary School)에 두 명의 괴한이 쏜 총알 흔적이 발견된 데 대해 이민자들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지적하여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캐나다는 다문화 모자이크 사회다. 엄격히 말해 캐나다는 원주민 외에는 모두가 이민자가 되어 설립한 국가이다. 포드 수상 또한 이민자의 후손이다. 그가 말하는 이민자는 과연 누구를 뜻하는 것인가? 그 후, 누구보다도 이민을 장려하는 정치인이 포드 총리 자신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포드 수상의 이와 같은 이민자의 인식은 인종차별 주의자(Racist)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백인도 흑인도 아닌 눈에 뚜렷이 보이지 않는 아시아계의 독특함은 표면상으로는 인종갈등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민 1세대의 경우 경제적으로 취약했던 점도 있지만 2세대에 들어 서면서 전문직 등 비교적 잘 적응하여 흑인들이나 타 인종에 비해 연봉을 더 받는 것은 사실 일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계 및 아시아 인들도 경제적으로 부유 하지 못할 수 있고, 학생들 또한 학업에도 부진할 수 있다.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모범적인 이민 신화의 뒤안길에는 극복 되어야 할 특정 계급이나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Stereotype)이 숨어 있다. 그러한 편견에 자화자찬하여 안주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계하여 인종의 우열을 가려 등급을 매기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2024년 5월31일.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A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