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이 한방 암치료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통 처방으로 암을 낫게 하는 신비의 의술’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기 암환자들일수록 한방 암치료에 적극적으로 매달리곤 한다. 그러나 실상 한방 암치료 역시 과학적인 논리에 근거한, 아직도 발전 중인 의학 분야이다.
한방 암 치료와 양방 암 치료는 실질적인 부분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차이는 치료 대상에 대한 초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다. 앞서 말했듯 양방에서 치료가 ‘병’을 없애는 것이라면, 한방에서 치료는 ‘환자’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치료의 초점이 ‘병’과 ‘환자’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라진다. 한방 암치료가 양방 암치료와 구체적으로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가능한 한 환자의 자연치유력으로 암을 치료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수술•방사선과 같은 치료법이나 항암약물과 같이 물질에 의존하는 양방치료와는 달리 한방 암치료는 환자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환자의 투병 의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한방은 ‘병’자체보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 ‘사람’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있다.
‘양정적자제(養正積自除)’란 말은 이런 한방 암치료의 기본 원리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이 말은 ‘정기를 보하면 덩어리는 스스로 없어진다’는 의미로, 몸에 힘을 길러 병을 스스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것이다. 암을 치료할 때 수술?항암?방사선 등과 같은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드러난 종양을 없애고, 있는 종양의 크기를 줄일 수 있겠지만 완치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결국 암을 극복하고 완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자연치유력에 달려 있다. 한방은 이 자연치유력의 힘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암치료에 접근한다. 즉 병을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병을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셈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생활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한방 암치료에서는 한약이나 침, 뜸, 약물 등의 치료 외에도 환자의 평소 생활관리를 치료의 하나로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먹고, 자고, 지내는 생활의 모든 것을 치료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서 병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요양의 개념만이 아니다. 식사할 때 치료에 좋은 음식을 조리해서 먹는다든가, 몸에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치고, 필요한 운동을 하는 등 보다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환자에게 요구된다는 뜻이다.
한방 암치료에서 생활관리를 요약하자면 ‘임신을 한 듯 몸을 조심스럽게 대하라’는 것이다. 이를 ‘인프레그(Inpregnancy)’ 요법이라 한다. 임신부들은 10개월 동안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서 태아의 몸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모두 피한다. 전자파도 피하고, 음식을 먹을 때도 몸에 해로운 각종 첨가물과 가공식, 패스트푸드 등을 삼간다. 화장품과 화공약품도 가능한 멀리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몸이 아플 때도 약을 함부로 먹지 않는 등 각별하게 몸을 관리한다. 마치 태아를 대하듯 조심스럽게 암세포를 대하면 ‘암세포 역시 기형(변이)이 되지 않고, 다른 주변 세포들도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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