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단상
여름내 발코니에서 햇살 받아
싱싱하던 무화과나무가
늦가을 첫 손님 눈(雪)을 받아 안고는
조롱조롱 열매와 잎도 간데없이
앙상하게 버텨 있는 너를
조심히 집안으로 옮겼다.
정성껏 물을 주고 사랑의 입김을
수없이 퍼부어도 꼼짝도 안하더니
한 달 만에야 작은 잎새의 기지개로
배시시 인사를 건넨다.
아~생명은 귀하고 말고
침묵만 해서 죽은 줄 알았는데
꽃을 피우지 못해도 좋으니
살아주어 고맙다
열매 못 맺어도 괜찮은데
열 한 개나 맺어 주었지
소중한 생명을 다시 찾은
널 보니 그저 콧노래가 나오고
너로 인해 생명과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도 귀한 꽃일테지
우리가 볼 수 없게
꽃과 한 둥지 안에서 살고 있다니
유일하게 불리는 이름 무화과야
성경에도 출연하여 크고 싱싱한 잎이
최초에 수치심을 가리는 인간의 옷 역할을 한
이름을 드날리는 네가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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