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국화를 심던 날
▲우리집 앞 정원에 심어진 노란 국화
우리 부부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꽃가게를 지나다가 진열된 꽃 중에 곱게 핀 노란 국화가
눈에 띄어 큰 화분 하나를 10불에 샀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소냐
나도 꽃가게를 지날 때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
단 몇 불짜리 꽃 하나라도 사 들고 나오는 성격이라
남편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꽃가게에 들러 노란 국화가
하도 고와서 우리 둘은 한마음이 되어 그것을 흔쾌히 골랐다
응접실에 가을을 꾸미고 싶었다.
막상 집에 와서 정원을 보니 갖가지 국화 색깔 중에 몇 년 전 심었던
노란 국화가 언제 죽었는지 없어져서 정원에 심으면 좋겠다고
마음이 또 일치되어 정원 한가운데 심기로 하고
봄에 남겨둔 흙 거름을 차고에서 찾아와서
우린 신나게 흙을 파고 둘의 힘과 정성으로 심었다
미래를 바라보는 무엇인가를 심었다는 마음에서 우리 부부는
흐뭇한 가을이 되는 듯해서 기분이 참 좋았다
봄에만 화초와 나무를 심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나무는 가을에 심어야 겨울철에 잎으로 보내는
영양작업을 안하고 겨울잠을 자면서 겨울을 잘 이겨내어
봄에 뿌리가 왕성한 활동으로 더 잘 산다고
남편 토마스가 텃밭 가꾸기 강연을 듣고 와서 말해준 생각이 났다
틀틀한 성격 같으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다행히 꼼꼼하게 챙기는 면도 있어서
텃밭과 정원 가꾸기 강연 때 열심히 적어와서 아담한 정원에 계절 따라 채소와 화초
가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인지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오늘도 신이 난 남편은
응접실에 가을로 꾸며질 노란 국화를 정원에 심자고 한 것도 그이의 의견이었다
어떻든 올가을 우리 부부는 국화를 앞 정원에 정성껏 심어놓고
올해도 즐기면서 내년에 더 예쁘게 단장할 꽃을 보겠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흐뭇한 마음에서 어깨를 들쑥들쑥
마주 보며 환한 미소로 행복한 가을을 만났다
들녘에 피어난 억새꽃에 서걱서걱 흔들어 대는 갈바람과
고운 단풍잎에 시린 바람으로 이별을 고하니
한편 쓸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 가을이지만
오곡백과 익어가고 모든 것이 풍요로운 가을
오색의 단풍처럼 우리 마음도 고와지는 듯 아름다운 가을
뿌리고 심어둔 것들을 거두어들이는 풍성한 결실의 계절에
우리도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심었고
또 이 가을꽃으로 맘껏 즐기고 온몸과 영혼까지 스며드는
맑고 높은 파란 하늘 아래 작은 우리 집 정원에서
온통 국화꽃으로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는 이 가을
파란 하늘이 어쩜 저리도 높고 맑을까
고개가 아프도록 처다보며 소녀 소년처럼
활짝 웃어보는 우리의 소박하고 행복한 가을
2010년 10월 6일
국화를 심던 우리 부부 가을에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