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8일 김수잔 시인의 시집 ‘토론토의 해뜨는 아침에’ 출판기념회에서 찍은 가족사진. 가운데가 부군인 고 김재언씨.
사랑하는 여보 토마스!
당신은2017년 6월 1일 이 세상 소풍길 마치고 주님 곁으로 가장 완전하고 행복한 길을 떠나시는 구려. 이제는 당신을 붙잡을 수도 없고, 잘 가시길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 수산나는 빕니다만, 모든 것을 잃은 허전한 이가슴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주님께서 맺어주신 결혼으로47년, 길다면 길고 어찌 생각하면 꿈과 같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우리 가정에 주님께서 주신 선물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오손도손 행복했던 나날들 어찌 잊을 수 있겠어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어려운 이민생활에서도 당신은 늘 저를 지극히도 위하고 알뜰히 사랑해서 낮선 땅에서 잘 견딜 수 있었답니다. 살다 보면 다 좋은 날들만은 아니었지만 꾸밈없고 순수한 당신의 진실된 마음은 한번도 변함없이 저를 사랑했던 좋은 남편이었고 우리 아이들의 참으로 좋은 아빠였음을 영원히 감사하게 남을 것입니다.
늦게 본 손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장미를 지독히도 귀여워하고 함께 노는 시간을 얼마나 즐기고 감사했던가요. 큰 것을 바라지 않고 조그마한 것에도 늘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살던 순수한 당신 모습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고마워요 여보.
당신은 늘 튼튼한 체격에 건강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훌쩍 빨리 떠날 것이라 상상도 못했어요. 저의 몸이 약하다고 늘 걱정했던 당신은 저보다 훨씬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어느날 함께 걸으면서 말했지요. 장미가 대학가는 날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면서… 한치도 앞길을 모르는 우리의 대화였지요.
요즘 백세 세대라니 팔십도 그리 많다 생각이 안들고 훌쩍 떠나는 당신이 너무 아깝고 야속하고
내곁에서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하는 욕심으로 당신이 이 세상에 없다는 실감이 도저히 안드니 어쩌면 좋아요, 여보… 평소 당신이 원했었지요. 저 앞에서 먼저 떠나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고요. 이제 당신 소원이 이루어 졌군요.
다른 환자들을 위해 늘 열심히 묵주기도 바치던 당신 모습을 주님께서, 그리고인자하신 성모님은 반드시 기억하시고 따뜻하게 당신 손잡아 안아 주시리라 믿으렵니다.
당신 없는 저의 나머지 세월을 어떻게 살아갈까, 가슴이 먹먹하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며 슬프기만 합니다. 제가 당신을 진정 사랑했다는 마음이 당신이 떠나고 나니 더 절실히 가슴에 남아 있어요. 그간 못해 드렸던 것이 너무 많아 가슴이 절절히 찢어집니다.
늘 씩씩한 모습으로 모든 일을 긍적적으로 받아들이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우리 삶 참 행복했었어요. 당신은 늘 행복하다고 했지요. 주님의 은총 안에서 우리는 잘 살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고마워요 당신!
술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해서 아침저녁 빠짐없이 한시간씩 걷고, 부지런한 성격에 골프시즌에는 골프채 휘두르며 자연에 묻히는 시간이 얼마나 즐기고 행복했던가요. 철저한 규칙생활에 건강을잘 지키기에 백살을 넉넉히 살 것이라 생각했지요.
이 세상에서 힘들고 좋아하던 모든 것들 다 주님께 봉헌하고 이곳에 비할 수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어요. 그런데도 당신이 제곁을 떠나니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 느껴집니다. 고통없는 하늘나라 주님 곁으로 가시는 당신을 신앙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찌면 이렇게 가슴이 찢어지게 아픈지요. 하지만 지혜서의 말씀대로 “인생은 산 햇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 현명이 곧 백발이고,티없는 생활이 곧 노년기의 원숙한 결실이다.”라는 말씀에 위로를 받으렵니다.
그간 지병으로 일년 넘게 몇차례의 독한 키모 약으로 얼마나 고통이 많았겠어요. 그래도 불평없이 참으면서 잘 견디고 마지막 약이 안들을 때는 말은 안해도 당신은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았어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할 때는 평소 이야기처럼 유언을 하나씩 남길 때 우리아이들은 아빠,왜 그런 말씀 하시냐고, 아빠는 회복해서 우리 함께 오래오래 지낼거예요, 힘내세요. 하면서도아빠 몰래 훌쩍훌쩍 울던 우리 딸 샌드라를 볼 때 가슴이 너무 아팠지요.
고통이 말할 수 없었을텐데도 아들과 내 손을 꼭 잡 마지막 순간 평화롭게 주님곁으로 가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큰 은총이라 생각하며 저도 당신처럼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먼길 떠나시는 당신에게 가슴이 터지게 아프지만 주님께서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하렵니다. 당신을 만나 이 세상에서 우리 함께 지낸 소풍길 잘 마치고 떠나는 당신께 무한한 감사로 모든 것 주님께 봉헌하며 평화가 넘치는 주님 곁으로 편히 가십시오. 저도 당신을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아이들과 씩씩하게 잘 살테니 하늘나라에서 저희를 지켜 봐 주세요.
여보,당신을 만난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신을 진정 사랑합니다.
2017/06/05당신의 아내 수산나 올림
(*이 글은 지난 6일 고인이 떠나시는 날, 가슴 포켓에 넣어 드린 마지막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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