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의 등장과 중간평가


2024년 8월 20~23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미국의 미래상’에 대한 철학을 펼쳐 보인 대 토론장이었다.
연사들은 각 분야에서 갈고 닦은 특징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으나, 그들의 말은 진솔하고 정확한 데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면서 품격이 있어, 믿음과 감동을 주는 웅변이었다. 허풍과 과장이 심하고 거짓말투성이인 도널드 트럼프의 연설과 대조적이었다.
‘헤리스는 지난 4년간 아무런 역할도 한 게 없으니 무능한 게 틀림없다’, ‘그녀가 기자 간담회를 못 한 걸 보면 무식하기 때문이다.’ 등등 헤리스의 자질에 의구심을 표한 언론사가 많았다.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지던 분위기라 그랬던지, 언론사들도 그간 트럼프가 주입한 대로 따르는 논조였다. 그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그간 튀는 언동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일 터였다. 그녀는 50년 동안 국가 공직에 봉사한 바이든 대통령의 경륜을 존중하여 조용히 보좌하던 입장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대선 후보로 나선 그녀를 트럼프 진영에서 약점을 따져 보려는데 자료가 부족하니, 조바심이 난다’는 뜻의 지분거림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푸틴, 시진핑, 김정은과 어울릴 적임자라고 떠벌린다. 국민의 안전권 자유권 평등권의 신장, 또는 평화 민주주의 같은 가치들을 어떻게 지켜나갈 건지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치졸하게도 세계적 깡패들과 친구 되는 것으로써 자기 존재 의의를 과시하는 트럼프에겐 ‘북대서양조약기구’나 ‘한미방위동맹’은 거추장스러운 멍에인 듯하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을사늑약’(1905)은 미-일의 ‘가쓰라- 태프트 밀약’(1905. 1)으로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친 직후에 일어난 일이요, 6.25 남침도 미국이 ‘애치슨 라인’(1949. 6)을 발표해 기회를 노리던 공산주의자들의 야욕에 불을 당긴 것이었으니, 한국은 결정적 순간마다 미국에 뒤통수를 맞으며 당한 참변을 잊지 못한다. 지금 트럼프는 그런 배신행위를 되풀이하겠다는 협박을 공공연히 한다. 폭군들에게 ‘아름답다’, ‘현명하다’ 같은 찬사로 아부성 멘트를 날리는 그는, 우방국의 지도자인지 악마를 싸고도는 아첨꾼인지 종잡기 어렵다.

 

카멀라 해리스의 대통령 후보 대관식에 앞서, 미국의 최고 엘리트 연사들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천명하면서, 그녀를 옹립하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것은 해리스가 나아갈 길을 밝히고 그 길에 꽃가루를 뿌리며 축원하는 장엄한 의식이었다.
빌 클린턴; “나는 지난 19일에 78회 생일을 맞은 노인이지만,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보다는 젊었어요. 트럼프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언제나 자기 걱정만 합니다. 그가 입만 열면 테너 가수처럼 “me, me, me”를 되풀이하잖아요.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그녀는 매일 “you, you, you”라는 말로 얘기할 겁니다.”

 

오프라 윈프리; “우린 인생의 불한당에 맞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 곳에 살면서 인종차별, 성차별, 소득 불평등과 분열상을 보았고, 때때로 그 차별을 몸소 당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희망적으로 지켜온 자랑스러운 미국인들입니다. 트럼프와 큰 부자들만 특권적으로 누리는 음험하고 차별적인 나라가 아닌, 서민이 중산층의 꿈을 실현하는 기쁨을 맛보는 밝은 사회로 나아가야 합니다. 카멀라 해리스와 팀 월즈는 우리의 삶에 품위와 존중을 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비상식보다 상식을, 거짓보다 진실을, 명예와 기쁨을 선택합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유를 선택합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헌신이 필요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쓴 선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의 나라입니다. 78세 된 한 억만장자가 있어요. 그는 자기 문제에만 몰두해 징징거립니다. 그의 불평과 불만은 카멀라 해리스한테 질까 봐 더 심해졌어요.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자기 집회에 모인 사람이 더 많다고 자랑하는 이상한 집착까지 보이면서 말이죠. 우리는 그 허풍스러운 언행이 일으키는 혼란의 4년을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린 껄렁한 영화를 이미 본 적이 있고, 속편은 보통 더 나쁘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미국은 그것보다 더 나은 이야기를 펼칠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선한 힘이 될 의무는 있다고 봅니다. 세계의 분쟁을 막고, 기후 변화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질병과 싸우고, 인권을 증진하고, 자유를 수호하고, 평화를 중재하는 근사한 나라말입니다. 이런 과업을 실행하자는 것이 이번 선거의 목적입니다. 앞으로 77일 동안,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두가 옆집 문을 두드리고,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이웃의 말을 경청하면서 합심 노력하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안전하고 더 정의롭고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미국을 건설합시다. 자 이제 각자의 역할을 시작합시다.”

 

미국의 거물들이 펼치는 장엄한 응원 속에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을 했다.
“미합중국은 과거의 냉소주의, 분열적인 싸움을 넘어 새 길을 개척할 기회를 맞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를 백악관에 다시 들여놓으면 가드레일이 없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의 권한을 자신의 유일한 고객인 ‘트럼프’를 위해서만 휘두를 겁니다. 저는 대통령으로서 노동자, 중소기업 소유주, 대 기업가들과 힘을 합쳐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의료, 주거, 식료품 등의 생활물가를 낮추겠습니다.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렴한 주택공급에 주력하며 서민의 사회 보장제도나 건강보험도 잘 챙기겠습니다. 의회가 여성의 ‘낙태 보장법안’을 통과시키게 노력하겠습니다. 전에 트럼프가 폐기한 초당적 ‘국경 안보법안’을 되살려서 법률로 제정하겠습니다.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의 상속자들입니다. 그 특권과 자부심에 따르는 큰 책임감을 지키기 위해 우리 함께 노력합시다.”
바이든과의 대결에서 4~5% 앞서던 트럼프의 지지세는, 해리스의 지명 이후 역전되어 4~7%까지 뒤처지는 양상을 보인다. 선거자금도 해리스가 순식간에 트럼프보다 4배나 더 많이 확보했다.
공화당의 오랜 뿌리인 조지 부시, 밋 롬니, 존 매케인의 보좌진 200여 명이 연명으로 “트럼프의 재선은 미국에 재앙을 부를 것”이란 성명을 내고 카멀라 해리스 후보 지지를 천명했다. (2024.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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