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진단
진료를 하다 보면 사람들이 피로에 대해 몇 가지 잘못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중에 가장 흔한 것이 피로하면 몸에 병이 있거나 검사에 이상이 발견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피로의 원인은 너무나 많고,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나 정신질환도 피로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이러한 원인에 의한 피로는 검사상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고 일상생활이 불규칙하며, 운동이 부족하고 과음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피로는 대부분 몸의 병 때문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는 일상생활의 패턴을 바꾸기 전에는 회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피로하면 간(肝)이 나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많은 사람들이 간을 검사해 보는데 간에 문제가 있어서 피로한 경우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특히 경미한 지방간이나 B형 간염보균자는 이 문제만으로는 피로해지지 않는다.
오랜 동안 피로하다고 해서 스스로 ‘만성피로 증후군’이라고 자가 진단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그러나 만성피로 증후군은 피로의 기간이나 정도도 심각하고, 집중력이나 기억력 감소, 인후통, 임파선 동통,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비교적 드문 병이다.
그러므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의사를 찾는 환자들은 많으나, 피곤을 수치로 보여 주고 진단할 방법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실제로 피로의 증상으로 진료를 하였을 때, 그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으로는 갑상선이나 부신기능 이상 등과 같은 호르몬 이상 질환, 간질환(肝疾患), 신질환(腎疾患), 심부전(心不全), 만성폐쇄성폐질환(慢性閉鎖性 肺疾患), 약물 부작용, 결핵 등과 같은 감염성 질환, 정신과적 질환, 악성종양 등이 관찰되지 않으면서, 일상적인 활동에서 비정상적인 탈진 증상이나, 지속적인 집중이 어렵거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를 만성피로증후군이라 묶어 볼 수 있겠다.
만성피로 증후군를 진단하는 데는 1994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에서 정한 기준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1) 가장 핵심이 되는 만성 피로와 관련된 증상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① 임상적으로 평가되거나 설명되지 않는 새로운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② 현재의 힘든 일 때문에 생긴 피로가 아니어야 한다.
③ 휴식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야 한다.
④ 직업, 교육, 사회, 개인 활동이 만성피로가 나타나기 전보다 실질적으로 감소해야 한다.
2) 위와 같은 피로 이외에 다음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동시에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① 기억력 또는 집중력 장애 ② 인후통 ③ 경부 또는 액와부 림프선 압통 ④ 근육통 ⑤ 다발성 관절통 ⑥ 새로운 두통 ⑦ 잠을 자도 상쾌한 느낌이 없음 ⑧ 운동 또는 힘든 일을 한 이후에 나타나는 심한 권태감
3) 위의 증상들이 다른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면 만성 피로 증후군이 아니다.
증상
만성피로 증후군의 증상은 개인마다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① 별다른 원인 없이 심한 피로를 느끼며, 이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
② 집중력 저하, 기억력 장애, 수면 장애, 위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③ 이외에 복통, 흉통, 식욕 부진, 오심, 호흡 곤란, 체중 감소, 우울, 불안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할 수 있다.
증상은 피로 이외에도 매우 다양하다. 몸과 마음이 전반적으로 힘들고, 몸이 축 늘어지고 항상 무거우며,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정신이 맑지 않다. 간단한 일도 힘들어서 하기가 겁나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진다. 배와 가슴이 아프거나 입맛이 떨어지기도 하며, 식은땀, 어지럼증, 기침, 설사, 입 마름, 호흡 곤란, 체중 감소, 목의 따끔거림, 우울, 불안 등과 같은 다양한 정신 및 신체 증상이 함께 올 수 있다.
또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만성피로 뿐만 아니라 단기간의 기억력 감퇴나 정신 집중 장애, 인후통, 근육통, 다발성 관절통, 두통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여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
한의에서 언급된 만성피로
서두 부분에서 허준 선생이 만성피로를 노권상(勞倦傷)이라고 언급하였다고 소개했다.
한의에서는 만성피로를 노권상이외에 허로(虛勞)라는 용어도 사용하는데 ‘허로’ 와 ‘노권상’ 에 대해서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허로(虛勞): 만성적인 질환이나 영양 결핍, 만성피로, 노화 등으로 인하여 기혈(氣血)이 극심하게 부족해진 증상.
*노권상(勞倦傷): 과도한 업무나 노동,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인체의 기(氣)가 심하게 소모되어 나타나는 부족증.
즉, 단순하게 나누어보면 허로는 노화와 만성적일 질환으로 인한 피로증상이고, 노권상은 과도한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 인한 피로증상이라 할 수 있다. 그 증상으로는 식욕감퇴, 특별한 원인이 없이 땀이 남,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함, 어지러움, 머리가 맑지 않음, 잠들기가 힘들고 숙면을 취하지 못함,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함, 여기저기 쑤시고 아픔 등의 증상들이 있다.
치료는 개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한의사의 진단에 따른 보기(補氣), 보혈(補血), 보정(補精), 보신(補神)등의 방법을 정한다. 간단히 설명하면 인체 내의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이를 보충해 주는 치료를 한다는 의미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모든 질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그러므로 즐거운 생각과 절제된 식이요법, 적절한 수면, 금연 및 금주, 적절한 노동시간, 규칙적인 운동 등이 그 예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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