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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작은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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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죽음

 

며칠 전 집 뒤뜰을 내다보고 있는데 풍경이 영 낯설다. 뭐지? 하며 보니 옆집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안 보인다. “여보 이리 와 봐, 저기 있던 큰 나무가 없어졌네?” 바로 옆에서 그 큰 나무가 잘려나갔는데 우리 식구 아무도 감지를 못한 거다. 항상 집 뒤뜰에서 내다보면 푸르른 잎들을 20년 동안 내 눈에 안겨줬으며 가을에는 대여섯 백의 낙엽을 선물로 주던 나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안락사를 당했다.

 

전에 살던 호세인은 그 나무 밑에 페티오도 만들고 아이들 그네도 만들면서 이용을 잘 했는데, 3~4년 전 새 주인이 들어오며 나뭇가지 몇 개가 잘려서 약간 엉성하긴 했으나 그런대로 내 눈을 편안하게 해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작별을 하고 말았다. 주변 사방이 나무라 해도 그 부분이 휑하니 좀 생뚱맞다.

 

그 집에 며칠 전 동물 잡는 사람들이 와서 지붕을 뜯어내는걸 보니 라쿤이 들어갔나 보다. 지붕 여러 군데를 뜯어내며 공사를 했다. 그리고는 이틀 뒤에 Drain 공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포크레인까지 가져와 공사를 하기에 뭘 하는지 물어보았다. 나무 뿌리가 하수도 관을 막아 그것을 뚫는다고 했다.

 

그 집에는 앞뜰에도 뒤뜰처럼 큰 나무가 버티고 있는데 하수도가 그리로 지나는지 그 나무 뿌리가 하수도 관을 뚫고 들어가 계속 수분이 공급되니 거기서 자랐을 거고 그러니 물이 나갈 틈이 없었나 보다. 하수로 충분히 영양보충 했는지 그 나무에는 잎들도 무성하고 가지 등도 잘 뻗어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지붕 공사하는 사람들이 와서 지붕을 새로 하는데, 그 지붕은 2년 전 우리 집 지붕 할 때보다 단 며칠 먼저 했는데, 아마 라쿤이 뜯어놨기 때문에 아예 싹 다시 하는 것 같았다. 아마 우리가 그쪽으로 정신 팔리는 동안 우리도 모르게 나무를 잘랐나 보다. 그렇게 성동격서 작전에 완전히 말려들어 그 큰 나무가 잘려나가는데도 안녕을 고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 길을 걸으며 아내가 한 나무를 보더니 “저 나무도 곧 죽을 것 같아요.”

맞다. 잎사귀마저 건강하지 못하고 비실비실 한데다 가지들도 삐쩍 말라서 곧 쓰러질 것 같다. 이제 눈길은 건강하고 잘생긴 나무보다 비실비실하고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나무들로만 향한다. 주위에 누가 새로 태어났다는 말보다 누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더 자주 들려오듯이.

 

며칠 전 집 근처 고압선 아래를 산책 삼아 걷는데 갈 때는 못 봤던 새 한 마리가 오는 길에 죽어있었다. 내 주먹보다 반정도 되는 녹색 깃털의 작은 새. 이제 이런 죽음들이 더 자주 내 눈에, 내 앞에 전개된다. 힘차게 날아 다니던 새도 아름답고 나에게 힘을 주지만 처량하게 죽어 있는 그런 새에게 더욱 눈길이 가는 건 분명 나이 때문일 거다. 나에게 죽음은 태어남보다 훨씬 가까우니까.

 

과연 삶은 무엇인가? 죽음은 또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잘 한다기보다 그저 내 몫은 내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는데 그것을 제대로 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딸네가 며칠 전 다녀갔다. 아내가 밥을 하네 반찬을 하네 법석을 떤다. 그리고 밥상이 차려져 밥을 먹으며 딸에게 말했다. “Your mom became alive”(네 엄마가 살아났다). 딸이 묻는다. “Who killed her?”(누가 엄마를 죽였어요?)

 

둘이 사니 마치 집이 생기를 잃고 죽은 집 같았는데 손녀들이 와서 뛰어 놀고 아내가 손님 접대한다고 음식을 하니 집이 살아나는 것 같다. 옆집의 잘려진 나무, 산책길에 떨어진 녹색 새가 자꾸 눈에 밟힌다.

가을은 나를 쓸쓸하게 한다. (202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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