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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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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서거

 

영원할 것 같았던 여왕의 통치가 끝났다. 며칠 전 여왕의 건강이 심각하다는 뉴스를 접했고 그날 오후에 그녀가 서거했다는 뉴스가 돌아다녔다. 영국여왕은 캐나다의 여왕이기도 하다. 처음 이민 왔을 때 캐나다가 영국여왕의 통치를 받는다는데 참 의아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기억에 접한 영국 황실의 첫 번째 스토리는 앤공주의 결혼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인데 신문에 나고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영국이라는 먼 나라의 꿈에서도 만나기 힘든 공주의 결혼식이 나에게 무슨 현실감이 오겠나. 동화에서 보던 신데렐라 이야기나 백설공주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캐나다에 이민 와서 정착하느라 바쁜 와중에 챨스 황태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신문과 방송에 그야말로 온 나라가 호들갑을 떨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그 해에 결혼을 했는데 아무리 왕자라 해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그는 바다 건너 영국이란 나라의 왕자 아닌가. 그런데 매일 신문에 방송에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앤공주의 결혼보다는 나에게 좀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떠들썩했던 그 두 사람 다 이혼을 했고 다른 사람과 재혼해서 산다. 솔직히 다이애나를 놔두고 카밀라라는 여인과 양쪽 가정을 깨면서까지 결합한 챨스라는 양반에게 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어쩌랴 개인의 취향이고 그의 삶인데.

내가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들어오던 영국여왕, 캐나다에 이민 와서 돈을 만지다 보면 보이는 여왕, 신문에 방송에 심심치 않게 나오는 그 여왕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서거했다고 하니 참 영원한 것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세계의 절반 가까이를 통치했던 영국, 지금도 컴먼웰스 게임을 하면 수십 개의 나라가 출전을 해서 실력을 겨룬다. 우리 같으면 일본을 못 잡아먹어서 난리인데 왜 이들은 쪽 팔리게 예전에 자기들을 억압하고 통치했던 영국과 같이 놀고 있는지 참.

근대시대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거의 전 세계를 식민지로 거느렸다. 그런데 유독 영국만이 예전의 식민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도 식민지에서 많은 수탈을 했다. 다른 나라들은 수탈만 했는데 영국은 수탈을 하면서 투자도 했다고 한다. 식민지가 좀 잘 살게끔 길도 만들어주고, 다리도 놔주고 또한 공장도 세워줬다고 한다.

식민지가 더 잘살면 빼앗아 올 것도 많아지니까 결국은 거위의 배를 가르기 보다 더 풍성한 알을 낳으라고 고도의 정치를 한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나라의 식민지보다 영국의 식민지들이 좀더 잘산다고 한다.

컴먼웰스 게임을 할 때, 어느 선수가 메달을 받게 되었다. 메달을 수여하는 이가 영국의 공주인가였는데 선수가 포디엄에서 무릎을 꿇고 메달을 받는걸 보았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영국의 식민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상화 되었나 보다.

하지만 영국의 지배하에서 핍박 받고 재산을 탈취당한 사람이 왜 없으랴. 또 영국에 저항하다 죽임을 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랴. 교과서에서 본 간디의 이야기에도 열차 칸에 영국인자리와 식민지 사람들의 자리가 나뉘어져 있다고 했다. 그것도 자기네 본토에서.

그리고 갖가지 차별이 분명히 존재했고 분명히 억압을 했다. 그러한 불평등을 개선시키기 위하여 간디가 주도한 게 비폭력저항. 그들도 폭력을 쓰고 싶었겠지만, 그러면 더욱 가혹한 폭력이 되돌아오기에 비폭력저항을 한 것이 아닐까?

어쨌거나 영국이 결코 세계역사에 좋고 착하게 산 민족이 아니고 주위에 다른 나라보다는 좀 덜 나쁘게, 빼앗아 오면서 그들이 먹을 것도 좀 남겨주고 온 거지, 그래야 다음에 더 빼앗아 올 것이 있을 테니까.

그래도 항상 선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어디 가다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상한 할머니 엘리자베스 2세가 편한 영생을 취하시기를 빕니다. (202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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