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어디에선가 광고를 보았다. 내용은 K-문화사랑방 강의를 노스욕 시니어센터에서 한다는 거다. 강사는 내가 잘 알고 있는 권천학 시인이었다. 가뜩이나 글 하나 쓰려면 버벅대고 있는 내 자신에게 뭔가 자극이 필요한 때였다. 신문을 보면 다른 분들은 멋지고 공감 가는 글을 거침없이 쓰고 있는데, 나는 짧은 문장 하나 쓰려 해도 영 진도가 못 나가고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기를 여러번 그래서 글을 못 보낸 적도 많다.
권천학 시인께 카톡을 보내 안부를 묻고 혹시 내가 내일 강의에 참석해도 되느냐고 여쭤보았다. 반가워하시며 대환영이라고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고, 또 운동 삼아 매일 걷고 있으니 집에서 걸어 노스욕센터까지 갔다. 센터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K-문화사랑방은 잠시 후에 시작하니 기다리라고 했다. 자세히 보니 센터 안에 사람들이 꽉 차있었고, 노스욕 시니어센터 개관 50주년 행사라 특별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된 날이었다.
노스욕시니어센터는 예전에 변장엽, 변수자님 부부께 춤을 배울 때 다녀 영 낯설지는 않다. 댄스 클래스가 지하실에 있었고, 그때 많은 스탭을 배웠는데 한 10여 년 춤을 안 추다 보니 이젠 스텝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몸이고 머리고 지속적으로 써야 유지가 되는 거다. 특히 노년의 나이에는.
잠시 후에 교실에 들어가라는 안내를 받고 들어가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제1착이었고, 잠시 후에 권 시인님과 몇몇 분들이 들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어느 부부는 저 멀리 트랜튼에서 이 강의를 듣기 위해 달려왔다는데, 내가 예전에 벨빌에 살았기에 낮설지가 않았고, 우리 누나도 그쪽에 살아 친분이 있는 관계라고 한다. 반가웠다. 10여명이 참석하였고, 권 시인님의 시조 강의가 시작되었다.
슬라이드로 시조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고, 클래스에 계신 분들이 직접 지은 시조를 가지고 공부를 했다. 아마추어들이 만든 시조도 감칠맛 나게 어떻게 그걸 그렇게 절묘하게 표현을 하는지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시조를 보면 한국말이 음율의 숫자와 비슷하게 가기에 쉽게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시인님께 ‘저도 다음주까지 시조 한번 지어보겠습니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연말이라 바빴고, 조국에서 정신 사나운 일이 생기고 하니 영 마음의 갈피를 못 찾아 원래 없기도 했지만 시적인 감정이 일어나질 않았다. 시조는커녕 한 글자 쓰는 것도 너무 어려웠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내다 연초에 시인님의 카톡을 받았다. K-문화사랑방 줌 수업을 다음날 오전에 한다고 했다. 수업은 7명이 참석해서 새해 첫 수업이니 인사 나누고 수업은 연도표기 BC, AD 가 BCE, CE 로 표기된다는 설명 등이 있었고,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리고 그날 숙제로 ‘꾸꾸꾸’로 삼행시를 지으라고 했다. 이제는 밀린 숙제가 시조에 삼행시까지 겹쳤구나. 이런 걸 엎친 데 덮쳤다고 하나?
나는 글 쓰는걸 배운 사람도 아니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쓰려면 머리를 쥐어 짜야 한다. 예전 아폴로가 있을 때 서로의 감정이 풍부했었기에 아폴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었다. 그리고 손주들이 태어나 또 그들의 이야기도 꽤 썼다. 그런 사랑의 관계, 애증의 관계가 정서적으로 사람의 감정을 풍부하게 하는 것 같다.
2011년부터 부동산캐나다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지인들이 돌아가시면 추모사 등을 쓴 글들이 약 300여 편 정도 된다. 어쨋든 종이와 연필을 가지고 한참을 다니다 어설프게 한 수 지어보았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짐하면서.
꾸꾸꾸란 삼행시를 숙제로 받았는데
꾸물꾸물 대지말고 열심히 머리굴려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결과 나오겠지
꾸역꾸역 밀어넣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꾸준히 갈고닦아 좋은작품 만들며는
꾸중은 듣지 않고 굿보이라 하실려나?(2025. 1. 14)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