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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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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골프여행

 

 겨울에 사람을 만나면 으레 하는 말이 있다. “남쪽에 어디 다녀 왔어요?” 아니면 “이번에는 어디로 갈 건가요?”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남쪽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연례행사처럼 된 거다. 추운 겨울의 토론토를 떠나 따뜻한 햇볕을 일주일 쬐고 오면 겨울이 금새 지나간다.

 1980년대부터 토론토에 골프 붐이 시작되었다. 땅이 좁은 한국에서 살다가 사방에 탁트인 골프장에 가면 우선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았고 게다가 신선한 공기까지 마시고, 당시에는 거의 카트를 끌고 걸어 다녔으니 건강도 챙기는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많은 동포들이 편의점을 운영했으니 하루 종일 가게에서 시달리다 하얀 공을 날리는 기분이란, 가끔 Fairway 정가운데로 동반자 중에 가장 멀리 치기라도 한다면 파란 창공을 고공 비행하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이 만나면 골프 이야기였고 골프를 치지 않으면 친구들의 대화에 낄 수가 없어 골프를 시작한 사람도 많다.

 동포사회의 많은 행사가 골프 때문에 영향을 받아 없어진 것도 있고 규모가 축소된 것도 많았다. 모임의 화두가 다음주는 어디에서 무슨 골프대회를 하는지, 지난주에는 누가 우승을 했는지, 최근에는 누가 얼마나 잘 치는지, 어느 대회에 상품이 가장 많은지가 화제거리였고 매주 신문 하단에 어느 단체에서 어떤 골프대회를 한다는 광고가 거의 매주 실렸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남쪽으로 골프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솔솔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첫 번째 골프여행으로 30여년 전 Myrtle Beach 로 1주일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런대로 추억에 남는 즐거운 여행이었고, 다만 한가지 장거리를 좁은 차 안에서 열 몇 시간씩 버티고 가는 게 힘들었지만 그때는 그래도 30대 중반의 청년이었기에 견딜만 했다.

 2000년대 들어 많은 여행사들이 멕시코나 큐바, 도미니카 등의 골프 팩키지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매년 겨울에 그런 곳을 다녀오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그러다 팬데믹이 시작되고 3년 동안 겨울 골프는 냄새도 맞지 못했다. 아니 여행자체가 금지되다시피 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팬데믹도 거의 풀렸고 이제 그동안 다녀오지 못한 골프여행이 들불처럼 퍼져 누구는 어디로 갔는지 Facebook에 올라오기도 하고 여기저기 소문이 들린다. 잃었던 3년에 복수라도 해야 하는 양 웬만하면 다 다녀오는 모양이다. 거기에 나도 빠질 수는 없다. 오랜만에 Caribbean을 다녀올까 하고 가격을 살펴보니 팬데믹 전보다 가격이 엄청 올랐다. 전에는 큰 부담없이 다녀왔는데 이제는 부부가 다녀오려면 비용이 신경 써지는 것이다. 

 친구들 모임 중에 이번 겨울골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3명의 부부가 같이 골프를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Tampa로 가기로 했다. 약 10년 전쯤에 친구 여섯 명이 차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도 콘도를 빌려 여러 군데 골프를 쳤는데 그 중 몇 코스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Tampa에 여러 번 다녀온 고박사(별명)가 모든 걸 준비하고 예약했고, 킹스턴의 장보고(별명)부부가 합류하기로 했다. 고박사는 꽃집을 운영하며 가장 대목인 발렌타인에 일을 하지 않고 골프장 예약하느라 컴퓨터 앞에 붙어 살았다고 아내에게 면박도 많이 먹었다고 한다. Golfnow에 핫딜이 나오면 바로 잡아야 하는데 네 명까지는 쉬운데 여섯 명이니 두 조가 나란히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잠깐만 지나면 자리가 없어진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 Tampa나 Orlando 쪽으로 큰비용 안들이고 한두 달씩 다녀오는 사람도 많던데 우리는 현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렇게 오랫동안 갔다 올 형편은 안되고 그저 일주일 정도 다녀오면 만족한다.

 4년 만에 내려가는 골프여행인데 친구들과 더욱 우정도 쌓고, 추억도 만드는 재미있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같이 골프여행 갈 날이 얼마나 남았겠는가? 친구들아 올해도 부탁한다, 나 좀 잘 챙겨라. (202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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