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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기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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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걸은 간데 없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데 인걸은 간 곳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 이런가 하노라

 

겨울휴가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와 있다. 아내의 언니 두 분이 이곳에 사시고 토론토에서 큰언니가 우리와 함께해 자매 넷이 모였다. 나는 약 9년 만에 캘리포니아에 온 것 같다. 1981년 아내와 결혼 승낙을 받으러 처음 왔었고, 결혼 후에는 집안에 경사가 있거나 아니면 휴가차 자주 들렸었다.

내가 와있는 곳은 Monterey County 인데,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미국, 미국인들이 가고 싶어하는 주가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 Monterey 라고 한다. Monterey 안에 페블비치가 있고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냈던 Carmel 시가 있다. 그러니 진주 중에 흑진주에 와있는 것이다.

예전에 처갓집에 오면 토론토에서 내려간 사람이 6명에 몇몇 동네 분들이 놀러 왔었다. 식구가 많기도 했지만 식사를 하게 되면 한 20여명 정도가 집안에 있는 온 상을 다 꺼내 깔아놓고 밥을 먹었다. 그 많은 음식을 해내는 것도 대단하지만 또 얼마나 많은 설거지가 나오는가? 설거지는 나이가 가장 어린 아내의 몫이었다.

힘들어 하는 그녀를 보다 못해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처형들이 난리가 났다. 사위가 설거지 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그때 내가 선언을 했다. 그러면 내 아내를 시키지 말라 그러면 나도 하지 않겠다. 돌아온 답은 “그럼 김서방이 해”.

캘리포니아에 오면 항상 둘째 동서가 날 데리고 다니며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주셨다. 그런데 그분 운전을 얼마나 험하게 하는지 옆에 탄 내가 같이 브레이크를 잡아야 했다. 처음에는 어디 가자고 하면 겁이 났는데 그것도 경험이라고 점점 적응이 되기는 했다.

집에 돌아오니 처형이 묻는다. “오늘 간 곳은 어땠어요?” 나의 대답 “좋았어요, 그런데 아랫배에 굳은살이 생기네요?” 무슨 뜻인지 의아해서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 예, 형님 차 타고 다니려니 옆에서 같이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야 하니까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잖아요”.

우리가 이곳에 온 다음날 홍사부님 부인이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해 유리창 밖으로 태평양이 환하게 보이는 멋진 전망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대접 받았다. 9년 전 이곳에 왔을 때 홍사부님과 골프를 같이 쳤었다. 그날 14명인가 같이 골프를 쳤는데 그분이 그만 한 홀에서 홀인원을 하셨다. 그래서 위의 식당에서 거나하게 한잔 사셨는데 밥 먹기 전에 생굴까지 대접받은 기억이 있다.

홍사부님은 우리 처형들에게 골프를 가르쳐줘서 홍사부라 부른다. 그리고 셋째 처형 친구분인 미세스 Smith 께서 같은 식당에서 맛있는 것 사주시고, 음력설날에는 자기 집으로 초대해 맛있는 떡국을 대접해주셨다.

세상살이가 뭐 별거겠는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거 먹으며 내가 원하는 것 하며 살면 되는 것을.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바글바글 하던 그 멤버들의 거의 반이 약 10여 년 사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러니 밥은 예닐곱 명이 먹고, 설거지도 그리 걱정할 것이 못 된다. 같이 골프 치러 다니며 여러 가지 추억을 쌓았던 형님들, 주위 분들, 그 분들이 안 계시니 허전하다.

내가 몬트레이 절경을 보며 탄성을 지를 때 같이 추임새를 넣어주던 그 인걸들은 다 어디 갔나, 멋진 태평양은 그대로 인데, 그분들과 같이 놀던 그 시절은 정녕 꿈이었나 보다. (20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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