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니 예전에 엄마가 해주셨던 퉁퉁장 생각이 간절하다. 중고등 학교 다닐 때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초겨울 추운 날 저녁 무렵 집에 들어가면 먼저 퉁퉁장 냄새가 나를 반긴다. 식구들이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퉁퉁장 찌개 냄새 속에, 하루의 이야기꽃을 피우던 추억이 새로워지는 연말이다.
엄마는 퉁퉁장을 요리할 때 두부라든지 총총 썰어 넣은 신 김치 등, 내용물이 많아 자박 자박하고 톱톱하여 끓을 때 퉁 퉁 퉁 퉁 소리가 난다 하여, 나의 고향 충남 보령에서는 퉁퉁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다.
전쟁 당시 단기 숙성으로 제조하여 먹을 수 있게 만든 장이라 하여 전국장(戰國醬)이라고 했다 하며, 청나라에서 배워온 것이라 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 했다는데 지금은 청국장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 되었다.
월동준비로 김장을 할 때쯤이면 의례히 엄마는 퉁퉁장을 만드셨다. 햇 메주콩을 불렸다가 푹 삶아 베보자기를 깐 소쿠리에 건져서 또 다른 천으로 소쿠리를 감싼 후 깨끗이 씻어 말린 볏짚 조금과 함께 헌 이불이나 담요로 덮어서 아랫목 한쪽으로 따뜻이 2-3일 모셔둔다. 퉁퉁장 띄울 때 쓰는 전용 헌 이불이나 담요는 가끔 햇볕 좋은 날 일광소독을 하여 모셔 둔 이유다.
콩에서 끈적끈적한 실 모양의 진이 많이 나오면 잘 발효된 것이니 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 생강 등을 찌개 해 먹을 때 좋을 만큼 넣고 잠깐 찧어서 항아리 같은 그릇에 넣어놓고, 먹을 만큼씩 꺼내어 손 쉽게 퉁퉁장 찌개를 해 먹어 왔음을 보아왔다.
된장찌개 끓이듯 오래 끓이면 효능이 감소된다하여 잠깐 끓이는데, 끓이는 요령이 필요하다. 청국장만 빼 놓고 넣을 것은 다 넣고 끓이다가 맨 나중에 따뜻한 물에 개어 놓은 청국장을 넣어 5분 이내 정도로 끓이는 것이 효소를 살리는 길이란다.
엄마는 “이 퉁퉁장은 오래 끓이는 게 아녀, 오래 끓이면 좋은 성분이 다 죽는대” 하셨다. 퉁퉁장 속에 살아있는 좋은 무엇이 들어있는 것을 엄마는 아셨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진 못해도.
청국장은 즉 콩을 발효시킨 음식인데 단백질의 발효형태인 아미노산으로 섭취하기 때문에 흡수율이 높다고 한다.
특히 청국장엔 레시틴 성분과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 나쁜 콜레스톨 수치를 내려 주며, 암세포 전이도 막아주고 면역력도 올려준다 한다. 뇌졸중, 빈혈방지, 치매예방, 골다공증 예방 결국 젊음도 유지시켜 주는 등 그 좋은 효능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많고도 탁월하단다.
퉁퉁장을 많이 먹고 자라서 70 넘어 까지 건강을 유지한 걸까? 냄새가 좀 그래서 그렇지 만병통치 건강음식 최고의 청국장! 극찬을 아무리 많이 해도 넘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되는 음식이 있어 빨리 먹어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몸에 영양을 주는 발효음식이 있다. 사람도 여기에 비교할 수 있겠다.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되어 가는 사람인가? 잘 익어 발효되는 사람인가? 순간순간 생각이라는 것을 깊이 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여 당당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일진대, 나는 선택의 기준이 무엇인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좌우될 것이니 특별한 혜안이 요구된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런 발효음식들이 몸에 참으로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간장, 된장, 고추장은 물론 햇 메주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었고, 된장이 나오기 전에 메주가루로 급히 해먹는 담북장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역시 메주가루로 만드는 집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집장은 내 고향 보령의 특산물이다.
청국장! 그렇게 좋다는 청국장! 이제는 옛날식으로 해 먹을 수가 없다. 유튜브에 보니 청국장 만드는 법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집에서 청국장 쉽게 만들기, 집에서 만드는 초 간단 청국장 만들기, 냄새 없는 청국장 만드는 법, 전기밥솥에 하는 수제 청국장 만들기, 깔끔한 맛의 손쉬운 청국장 만들기, 집에서 하는 전통방식 청국장, 전기방석에서 청국장 만들기, 오븐으로 만드는 청국장 등, 정보가 수없이 많이 나와 있으니 어느 것을 택하든 해 볼만 하다.
제일 쉬운 것은 토론토의 한국식품점에 가면 만들어져 나와 있다. 사다가 해 먹기만 하면 된다. 외국 땅에 나와 있어도 오리지널 한국식으로 사는데 부족함 없는 세상이 되었다. 어떻게 하든 구수하고 맛있는 청국장을 많이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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