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의 힘

 아침에 눈만 뜨면 새로운 뉴스에 경악하게 된다. 온 세상을 뒤덮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세상을 떠난 바로 그 숫자 때문이다.


 세계를 한눈에 본다. 2020년 4월 5일 아침 현재, 늑장 대처하던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게 웬 일인가? 미국 - 감염자가 31만2,000명, 사망자 8,500명이 나왔다.


캐나다- 감염자 1만4,000명, 사망자 234명, 한국 – 감염자 1만237 명 사망자 183명.


선두를 달리던 이탈리아가 좀 수그러진 듯 감염자 12만4,000명에 사망자 1만5,000명, 스페인 – 감염자 13만 명에 사망자 1만2,400명.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120만 명이 훌쩍 넘었고, 사망자수는 6만4천명을 넘나드니 실로 충격이다.


 이탈리아는 로마 시청광장뿐만 아니라 사망자에 대한 애도로 전국에 조기가 게양되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도 조기가 펄럭인다. 일찍이 이런 패션 세상을 본 일이 없었다. 사람마다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희한한 세상 말이다.


 캐나다는 방역대책을 잘하고 있고 국민들도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매일 아침 TV로 연방수상, 주수상이 호소, 명령한다.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제발 나오지 말란다.


 나오는 게 문제라고, 나오더라도 마스크하고 플라스틱 장갑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 2미터 지켜라 이다. 사람과의 접촉만 피하면 되니 코로나 19바이러스가 물러갈 때까지 제발 집에만 있으라고, 그로서리가 필요하면 갖다 준다고, 감염되면 우리는 한국과 달리 의료대책이 부족하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죽게 되었어도 죽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끝까지 살려놓는 대단한 나라 South Korea! 차 안에 있으면서 편안하고 빠른 검사 드라이브 쓰루! 역학조사, 코로나 19로 인하여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방역성공 국으로 급부상했다.


 확실하고 빠른 진단키트와 방역물품을 달라는120여 국가로부터 러브콜! SOS! 무릎만 안 꿇었지 무릎 꿇는 심정으로 줄을 섰다.


 강원도 삼척은 봄 꽃놀이로 노란 유채꽃을 구경하려는 상춘객들이 몰려 들자 유채꽃밭을 3대의 트랙터로 갈아엎는 모습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사람과의 접촉을 막는 길만이 예방의 최-강수라는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


 미생물인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명언은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바이러스라는 미생물과 사람이 전쟁한다는 사실이다.


 아무튼 전쟁에는 2등이 없다. 죽느냐 사느냐 뿐이다. 70을 넘긴 나이에 이렇게 전염병이 무서운 줄 처음으로 실감해 본다.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하찮은 미생물과 목숨 걸고 싸우다니 말이 되나? 코로나19가 사람에게 덤비는 이유가 있겠지, 그것들도 사람에게 대항하여 맞서보겠다는 것이니 어처구니없게도 아직은 어쩔 도리가 없다.


 큰 나라끼리도 입을 막는 마스크를 가지고 싸움을 한다. 싸움은 유치해 보이지만 죽느냐? 사느냐? 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 예의, 체면, 정직, 따위의 형용사는 설 자리가 없다.


 이 미생물 코로나 19를 방어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둔다면 지구의 사람들을 모두 전멸시킬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19보다 더 강한 바이러스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에 정신이 없다.


 미국은 오늘 현재 실직자가 1천만 명을 넘었다. 직장을 잃은 그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유증으로 경제공황이 올 것이라는 예상은 사람들을 더 위협한다. 인간이 하려고 해도 못해낸 것들을 미생물인 코로나 19가 해냈다. 리비아, 시리아, 예멘의 전쟁도 휴전시키고, 알제리 리프지역 시위도 끝내버렸다.  


 사람들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코로나는 척척 해냈다. 세금 낮추기 혹은 면제 등, 휘발유 값도 반으로 꺾어버린 일, 사무실에 나가서 하던 일은 재택근무, 회의는 화상통화로, 한국에는 황사현상,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뿌옇던 하늘이 맑아졌다.


 결혼식도 온라인으로 하는 모습,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코로나19. 이 미생물이 한 일들이다. 재산이나 돈을 많이 가졌거나 안 가졌거나,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남녀노소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평등하게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라는 한 배에 탔고 또 아우성이다.

 
 유튜브에 중독되었던 나를 컴퓨터 앞에 앉혀놓고 글 좀 써라, 이 일도 미생물의 힘이라는 것을 어찌 부인한단 말인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고 ‘집콕’ 하라니 갑자기 답답해진다. 평소에 누구 만나고 바쁘게 왔다갔다한 내가 아닌데, 꼭 만나야 할 사람이 갑자기 많은 것처럼 만나고 싶은 사람들 명단이 머릿속에 쫘악 그려지는 것이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화사한 봄은 소리 없이 내 옆에 다가와 있기 때문일까.

 
 갑자기 세상은 조용해지고 미생물 앞에 고개를 숙여 자숙하는 분위기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이때야 말로 가정교육, 정신교육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으며, 부부간에 조용히 못다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일까.

 
 모처럼 시간이 넉넉해지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볼 때,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가족들의 소중함을 실감하게 되며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게 한다.

 

 돈이 전부가 아니고 재산이 아무것도 아님을 일깨워준다. 좋은 집이 빛을 잃고, 비싼 차가 차고에서 녹슬고 있으며, 사놓은 주식은 맥을 못 춘다.

 
 세상 사람들이 다 죽어도 나만은 살아남겠지 하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 나도 코로나19에 걸려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벗어날 수 없다.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사실은 내가 오늘 죽는다면? 나는 죽음을 준비했나?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도 살아 있음을 실감하며 무엇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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