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면 일찍 눈이 떠진다.
밖의 새벽공기는 언제나 신선해서 좋다.
여러 해 전부터 새벽에 일찍 눈이 떠지면, 커피향이 그리워 걸어서 15분 거리의 오전 5시에 오픈 하는 동네 팀호튼에 간다. 매일 가는 건 아니지만.
겨울에 들어선 요즘 새벽 6시 미명이지만, 사방이 조용한 어둠을 걷노라면 동네 사람들 잠자는 소리가 쌔근쌔근 들리는 듯하다. 비 오는 날이나 아주 추운 날은 차를 가지고 갈 때도 있다.
팀호튼에 들어서니 일하는 사람들은 커피 등을 팔면서 분주히 아침 비즈니스 준비에 바쁘다. 주중 새벽 6시경부터는 제일 먼저 들어오는 연두색의 형광 띠로 표시된 복장을 한, 밖에서 노동하는 분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간단한 샌드위치나 베이글 등과 라지 사이즈, 혹은 엑스트라라지 사이즈의 커피를 들고 나간다.
건축 현장이랄지 도로공사, 혹은 나무 자르는 일이랄지 전신주를 타는 사람일지 등등, 그들은 30도가 넘는 뜨거운 여름이나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도 밖에서 일을 한다. 진심으로 고맙기 그지없다. 아침을 깨우는 커피로 하루 일을 시작한다.
각양각색의 팀호튼 도너츠들을 보면 군침이 돈다. 크림 하나, 설탕 하나 넣은 레귤러커피나, 크림 둘, 설탕 둘을 넣은 더블더블 커피나, 뜨겁고 달달한 커피 향은 환상적이다. 때로는 혈당 이유로 블랙커피도 즐긴다. 우리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 베이글을 오더할 땐 내 이름을 말한다, 저쪽에서 다 준비된 베이글을 들고 큰 소리로 ‘헬렌, 헬렌’ 부르기 때문이다.
7시 반이 넘어 8시 가까이부터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때 잠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때 커피가 있었지만 다방뿐이었다. 여학생이 돈도 없고 다방에 들어갈 생각은 감히 상상도 못했다. 지금 같아선 커피 샵에 가서 커피를 사서 마셨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그 놈의 잠 때문에 공부를 못했던 기억이 새로운데, 나이 드니 그 많던 잠은 왜 안 오는지.
팀호튼이란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 이름이다. 그는 캐나다의 최상위 프로 아이스하키리그 NHL 주전 수비수로 스탠리컵을 4번이나 수상한 영웅이지만, 안타깝게도 1974년 44세 때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갔다.
팀호튼이 1964년에 ‘팀호튼 도넛츠’ 가게를 열면서 시작한 비즈니스가 지금은 4천 곳이 넘는 캐나다의 국민커피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또한 참으로 현시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은, 커피 등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나 오더 한 것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앉은 사람들이나 서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핸드폰을 안 보는 사람이 있다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주 비정상적인 사람처럼 되어버린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팀호튼 샵의 입구에는 아침 일찍부터 늘 출근하다시피 하는 백인남자 베거(걸인)가 있다. 도대체 누구네 집 아들인가? 가끔 커피를 사 주지만 그는 커피를 스몰 트리플 트리플로 마신다.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세 개씩 넣으라니 커피보다도 크림과 설탕 맛으로 먹는 게 아닌가? 밥보다 고추장이 많은 격이다. 추운 날은 시멘트 바닥에 그냥 앉아있으니 엉덩이는 또 얼마나 시리겠는가? 나는 박스조각들을 준비해서 차에 싣고 다닌다.
“이거 깔고 앉아.” 그도 앉아보니 시멘트의 찬 기운을 막아주며, 자기 엉덩이의 체온으로 박스조각을 미지근하게나마 데워주게 되니 좋은가 보다. 나에게 엄지 척을 해 보인다. 시멘트바닥에 앉을 때는 임시방편으로 박스조각이 최고임을 나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도 참 웃기는 여자야, 그것도 아시안 한국의 충청도 아줌마가 캐나다 토론토까지 와서, 모 하십니까?
감사와 즐거움으로 시작하는 상큼한 아침이다.
(202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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