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마나 자주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감자
파보나마나 하얀감자
권태응 씨의 동시 “감자 꽃”이다.
어릴 적 보았던 하얀색 혹은 자주색 꽃이 핀 감자 밭이 눈에 선하다. 밭고랑을 조랑말처럼 뛰어다니며, 그 예쁜 감자 꽃을 따서 목걸이를 만들어 하고 다녔던 내 유년의 시절, 어머니는 감자 꽃을 따주어야 감자가 실하다고 하셨다.
올해 2023년 6월 21일경이면 하지(夏至)라 하여 낮 시간이 1년 중 가장 긴 날이다. 정확하게 14시간 35분이라고 한다. 절기를 만든 사람은 명나라 말기 때 예수회 선교사로 온 마태오 리치(Matteo Ricci)라는 서양 사람이다. 절기는 양력으로 한 해를 24로 나눈 기후의 표준점으로, 평균 한 달에 두 번의 절기가 들어있다. 24절기 표를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 때쯤이면 어머니는 텃밭의 감자를 캤는데, 하지 때 캐는 감자라 하여 ‘하지감자’라 했다. 햇감자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나면 젓가락으로 쏙 찔러보아 쑥 들어가면 잘 익은 것이다. 햇감자를 쪄서 한 소쿠리 담아 꽃소금과 김치를 마루에 갖다 놓으시며 우리들을 부르신다.
포슬포슬한 뜨거운 감자를 후후 불면 엄마의 젖 냄새 비슷한 진한 감자냄새가 지금도 내 인생의 향기로 남아있다. 햇마늘 찧어 넣은 감자수제비며 마늘, 멸치, 고추장 풀어 얼큰한 감자탕은 일미였다. 그 당시 구황식물의 대표주자는 역시 감자였다.
대개 장수하는 사람들의 주식이 감자이고, 면역력이 저하되었다면 감자로 보충하라는 말이 있다. 익혀도 비타민 C가 사과보다 3배나 많다는 감자, 칼륨(kalium, potassium)이 많아 혈압조절, 신경기능을 활성화시키며, 항암효과도 높다는 감자, 감자의 식이섬유는 변비에 좋고, 노폐물과 독소, 나쁜 콜레스테롤 등을 저하시키며, 피부미용에 탁월, 종합 비타민 같은 ‘감자 예찬’을 하려면 끝이 없겠다.
쪄서 뜨거울 때 먹으면 그토록 맛있는 감자를, 많이 먹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꾸준히 먹고 싶은데, 나이 들면서 뜨거운 감자를 많이 먹으면 당 수치가 쑤욱 올라가니 그게 문제다.
혈당이 쑥 올라가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감자를 쪄서 식혀 냉장고에 5-6시간 넣어 차갑게 한 후 다시 데워서 섭취한다면, 감자의 탄수화물이 저항성전분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항성전분이란? 소화에 저항하는 전분이란 뜻인데, 저항성전분은 소화가 느려 포만감이 지속되고,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한다고 한다.
맛은 좀 떨어진다. 밥을 해서 식혀 냉동시켰다가 데어 먹으면 줄어있던 칼로리가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같은 원리이다.
참말로 내가 좋아하는 후렌치후라이! 특히 입속에서 살살 녹는 코스코의 후렌치후라이! 기름에 튀긴 것은 더 좋지 않다며 혈당이 쑤욱 올라가니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먹어도 괴롭고, 안 먹어도 괴롭다. 그토록 먹고 싶다면 맛있게 실컷 먹고, 한 끼나 두 끼 굶으면 된다. 그 정도야 각오해야지. 혈당? 올라가면 내리면 되지 않는가?
내가 아는 분은 친구 집에 갈 때면 미리 해두는 말이 있단다. “나 감자 좋아하는 거 알지? 좋은 감자 좀 많이 사놔, 감자만 있으면 먹거리 신경 안 써도 돼” 건강해 보이는 그분은 감자를 많이 먹어서인가?
토론토에서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슈퍼마켓에 가든지 감자는 기본으로 있으며, 가장 싸게 판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품은 값이 싸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감사한가! 면역력 쑥 올리는 하지감자!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보리라. (202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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