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서 오전 10시에 집을 나섰다. 휴일이었기에 은행 문이 닫혀있다. 20분간 산책하다가 Lablaw 대형 슈퍼마켓 2층에 와 앉는다. 새로 생긴 팀호튼에선 낯익은 이웃 고객들이 줄을 지어서 서로 인사하며 차례를 기다린다.
“Hanna, Long time no see” 여름내 못 봤다고 반색한다. 오늘은 베티 아줌마가 커피랑 베이글을 사준다. 옛정이 무섭다. 자기도 딸네 집에 손녀를 봐주러 떠나는 길이었다면서 “Have a nice day!”라고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도 한다.
집에서 나올 때 노트도 준비 못했으니 아무 종이에나 쓰기 시작한다. 어제 아침(11일) 쌀쌀했고 살얼음이 살짝 얼었지만, 공원에서 시작된 현충일(Remembrance Day) 행사는 인산인해였다.
모두 엄숙하게 기념식을 치렀고, 남편과 나도 매년 피커링 오샤와 행사장에 참석해 왔다. 질서정연한 이곳 주민들의 생활방식을 또다시 배운다. 부모를 따라나선 꼬마들의 표정과 모습이 귀엽다. 천방지축이어야 할 텐데 참고 기다리는 것을 보니 부모의 교육을 잘 받은 모양이다.
식이 끝나고 웅장한 밴드 음악과 시청앞길을 행진한다. 특별히 1951~1953년 한국전쟁에 참석했다가 순직한 장한 영웅들을 향해 머리 숙여 묵념했다. 라이언 시장은 축사에서 “우리는 서로를 배려하고 뭉치고 협력하며 사랑하자”고 말했다.
주말엔 아들 집에서 가족들과 화기애애한 손주 생일잔치가 있다. 며느리는 정말 대단하다. 모두 한식으로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렸다. 이제 잔칫상 차리는데 특별한 재주와 능력이 있는 듯하다. 모두 칭찬과 감동 일색이다. 시부모를 공경하는 장한 며느리, 말로 다할 수 없어 주님께 감사 드리면서 아들 집을 나섰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글쎄다. 칭찬과 격려와 감사도 필요한 우리네 삶이 아닌가. 누구라도 칭찬하고, 고마워하고, 감사가 넘치면 그건 복이요 영광은 높이 계신 분이 받을 것이다.
밤에 귀가하면서 우리는 내내 행복했다. 평범 속의 비범!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날씨가 몹시 춥다. 자연의 섭리고 법칙이니 순응하자.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바 임무에 충실하면 평범이고, 노력하면 비범함이 되는 우리 7학년 시절이 정말 중요한 걸 느낀다.
인생도 알 것 같고, 젊어도 봤으니, 거울에 비쳐볼 줄도 안다. 우리 나이에는 건강이 보배다. 자기 몸을 잘 관리하고 지키자. 나의 평소 지론은 자고 깨고 먹고 모든 시간이 매일 똑같이 될 수만 있다면 그게 비범이다.
운동과 명상으로 일상에 변화를 준다. 우리 내외는 추워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조금씩 걷는다. 공기를 쏘이고 오가며 대화를 나누고, 30분 정도 걷는 것이 보약이다. 남편의 과묵도 효과적이다. 우리의 나이가 이쯤 되었어도 얼마나 감사한 일상인지,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아침나절에 팥죽이 별미라며 며느리가 보내준 두부 부침과 고구마 찐 것 등으로 식탁이 푸짐하다. 파전(부침개)을 ‘팬케잌’이라며 맛있다고 먹던 손주 녀석들 모습이 떠오른다.
“Korean food is so good!” 상추쌈을 먹는 나를 바라보면서 4살 녀석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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