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아침나절이다.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이자. 해가 짧아지고 한일 없이 시간이 잘도 간다. 아침 운동으로 간단히 걷고 기지개도 여러 번 하고 사우나에서 담도 흘리고 수영도 했다. 엊저녁에 추워서 잠이 두 번이나 깼으니, 거뜬한 상태가 아직 아니다. 히터는 아직 이르다.
오늘은 16일 햇살이 좋은 아침나절이다. 시청 직원들(미화원)이 풀을 깎고 나서 잔디를 다듬는 모습이 좋은 풍경이다. 풀 냄새가 유독 가을에 풋풋하다. 이제 몇 번이나 잔디를 깎으려나?
풀 냄새와 낙엽들. 11월까지는 잎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히 옷 벗은 나무들이 찬바람에 얼마나 춥고 쓸쓸할까? 나도 추위가 오면 싫어 밖에 나오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서 겨울이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첫눈, 남편의 차 트렁크에 조금 쌓였다. 벌써 실감이 안 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긴 부츠를 신은 젊은 여자, 멋 부림일까 보온용일까 재미난 풍경이다. 겨울용 코트를 입고 밖에 나선다. 모자도 장갑도 단단히 무장한다.
내일은 파독간호사 출신 들이 할머니들이 멋있게 치장하고 앨곤퀸 공원에 모여 깔깔대면서 하루를 지낼 것이다. 각 곳에 살던 우리의 동역자,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건강 했어요?” 다독이며 안부를 물을 것이다.
먼 곳의 친구 H여사, A여사도 볼 것이고, 미망인이 된 K여사, P여사, S친구도 만나자. 친구들, 장하구나. 멋지고 알차게 살아가고 뜻있는 노년의 우리가 되어보세.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서로를 사랑하며 정을 나누고 젊은 시절의 멋있던 추억들도 같이 기억하면서 앞으로 몇 년이나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는데, 마음에 평화와 즐거움을 항상 만들자.
가을이 깊어가고 추위가 더해져도 우린 가끔 전화 아니면 톡으로 서로 사랑을 전할 수 있다.
지금 도서실 끝에 앉아서 글을 마구잡이로 써내려 간다. 앞집의 3살 난 여자아이가 “Hi, Grandma!” 인사를 한다. 아빠랑 책 빌리러 왔다. 가방엔 줄 것이 없어 예쁜 빨간색 색연필을 선물로 주니 기뻐하며 “Bye, now!”(할머니 안녕)하며 떠난다.
추워도 움직인다. 여름이면 저녁 8시까지도 훤할 텐데.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자. 소녀들마냥 즐거워할 우리들의 소풍날, 기다려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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