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1)

자유무역은 1920년대말 이후 기조가 무산되었다가 대공황 이후 서서히 지향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무역관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관찰해  볼 수 있다.

 

 

유토피아적 시나리오

균형 잡힌 자급자족 경제와 안정된 글로벌 질서

 

국내 산업의 육성 및 안정:

관세는 특정 국가가 불공정한 가격으로 자국 시장에 상품을 쏟아내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유아 산업(Infant Industries)이 외국 경쟁에 밀려 사라지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필수 전략 산업(예: 반도체, 식량, 방위 산업)을 보호함으로써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춰 국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이는 팬데믹이나 지정학적 갈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 경제가 붕괴하는 것을 막아준다.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관세 수입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높여 복지, 교육, 인프라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 이는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입 규제는 환경 기준이 낮은 국가에서 생산된 상품의 유입을 막아, 자국의 친환경 산업을 보호함은 물론 전 세계적인 환경 기준을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한 무역 질서와 협력:

일부 관세는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예: 지적재산권 침해, 정부 보조금)에 대한 대응책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글로벌 무역 규칙을 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관세는 협상 도구로 사용되어 무역 파트너 간의 새로운 협정과 합의를 도출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EU가 서로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새로운 합의를 통해 관계를 재정립할 수도 있다.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

전쟁과 빈곤을 부르는 파편화된 세계

 

무역 전쟁의 심화와 경제 침체:

한 국가의 관세 부과는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초래하고, 이는 다시 또 다른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무역보복전쟁(Retaliating Trade War)을 낳을 수 있다. 1930년대 대공황을 심화시켰던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아래참조)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관세는 수입품의 가격을 높여 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의 둔화를 초래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글로벌 공급망은 국가 간의 분업과 전문화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해왔다. 관세는 이러한 효율적인 시스템을 파괴하여 기업들에게 생산 기지를 국내로 옮기거나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하는 부담을 준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비효율적인 경제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여러 국가의 부품을 사용하는 복잡한 제품의 경우, 관세로 인해 최종 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이로 인해 관련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치적 불안정과 갈등 심화:

무역 갈등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를 넘어 외교적 긴장과 지정학적 불안정을 심화시킨다.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를 강화하여 국제 협력 체제를 약화시키고, WTO(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의 기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 간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경제적 갈등이 군사적 갈등으로 번질 위험을 높일수 있다.

 

결론

1947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의 확산을 통해 전례 없는 성장과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은 이러한 질서에 균열을 내고 있다.

유토피아적 시나리오는 무역관세가 전략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용되어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불공정한 경쟁을 막는 도구로서 기능할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 협력과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는 관세가 보복과 경쟁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무역 전쟁을 촉발하고, 글로벌 경제를 파편화시켜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상황을 가정한다.

결국, 무역관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이를 사용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지혜와 책임감에 달려 있다. 관세가 단기적인 국내 정치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디스토피아로, 장기적인 국제적 협력과 공정한 질서를 위한 도구로 활용될 경우 유토피아에 가까운 미래를 만들어낼 것이다.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1930년 대공황 기간, 미국 후버 행정부는 자국 농산업을 보호하고 고용을 늘리기 위해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여 미국 농산물과 공산품을 보호하려 했으나 , 각국의 보복 관세를 초래하여 대규모 무역전쟁을 이르켜 국제 무역량을 급감시켰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제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대공황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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