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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억 칼럼

    (목사)
    성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진지한 사색과 탐구를 통해 완성한 대하 성경해설서 <성경에 나타난 전쟁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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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바위(1)

 

설악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이름하여 흔들바위라 한다. 밴 트럭 정도 크기의 이 바위는 이름 그대로 누가 밀어도 흔들거린다. 여럿이 밀어붙이면 밑의 절벽으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심하게 기울어졌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온다.

 

등산객들이나 관광객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 바위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씩 밀어보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원래 어떤 폭풍우가 몰아치고 심한 눈보라가 몰려오더라도 요동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는 것이 바위인데, 이 바위는 누가 밀어도 흔들거리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마치 개가 사람을 물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흥미진진한 뉴스거리가 되듯이 말이다.

 

떠나온 지 반세기도 더 되었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조국의 한 산 중턱에 놓여있는 바위 돌 하나가 불현듯 생각난 것은 며칠 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옛날 사진들을 정리하던 중 그 바위 앞에서 찍은 사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때 대학 3학년이던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동해안 지역을 무전여행 하고 있었다.

 

설악산 밑 낡은 민가에 방을 정한 다음날 산을 오르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던 흔들바위가 있는 근처에 도달하자마자 난 그 바위로 달려가 밀어 보았다. 놀랍게도 바위는 밑으로 굴러 떨어질 듯이 쉽게 움직였다. 하지만 밀던 팔에서 힘을 빼는 순간 그 큰 바위는 곧 제자리로 되돌아 왔다. 밀면 절벽 쪽으로 기울고, 손을 놓으면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오는 신기한 바위를 여러 번 밀어붙이면서 흔들바위에 관해 들은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한 후 그 앞에서, 옆에서, 또 바위를 미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오십 년도 더 된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면서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 보기보다는 굳게 서 있어야 할 바위가 적은 외부의 힘에 의해서도 움직이는 사실이 들려주는 인생의 교훈을 생각해 보았다. 주위 환경이 어떻게 변하여도 조금도 영향 받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바위요, 산이다. 그런데 사실은 바위나 산보다 더 굳건히 서서 어떻게 주위 환경의 변화에도 조금도 흔들림 없이 마땅히 걸어야 할 인생의 길을 초연히 걸어가야 하는 존재가 우리들 인간들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알렉산더 포프가 “Whatever is, is right"(모든 사물은 그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고 믿어진다.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 가치를 무엇일까? 인간은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인생의 사명을 수행하는 것이 그가 존재해야 할 이유이며, 따라서 그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그의 존재 가치를 살리며 인생의 경주를 달리는 길인 것이다.

 

수많은 우리 인생의 선배들이 이 사실을 깨닫고 어떤 시련과 난관을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걸음으로 인생의 경주에서 승리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거세지 않은 물결에도 떠내려가는 부끄럽고 얄팍한 삶을 살다 갔으며 또 지금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많기만 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들려오는 근거 없는 소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드려 주위 사람들을 정죄하거나, 의리나 신의 같은 건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자신의 적은 이익을 위하여 친구를 배신하는 이들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이라 말해 잘못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되고 그에게 유리한 일이라면 들려오는 양심의 소리를 잠재우고 부정과 불의에 동조하는 이들도 흔들바위 같이 이리 저리 흔들리며 인생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그네들 보다 더 불행하고 위험한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떠난 이들이다. 역사상 하나님을 떠난 사람치고 보람되고 성공된 인생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나님 없는 삶은 진리라는 반석 위에 설 수 있기에 적은 유혹에도 무릎 꿇고 하잘것없는 인생의 파도에 떠내려가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 위에 인생의 집을 짓는 지혜로운 사람은 지축을 흔드는 인생의 폭풍우가 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인생의 풍랑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영혼이 잘 되고,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여 지기를 바라는 자”마다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건히 서서 그의 뜻에 따라 살아가야 함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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