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DNA
그것은 난해한 기호들로 이루어진 신의 영역이었다
목소리의 고저음에 따라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고
미간의 흐름에 따라 주눅이 들어
눈이 깊어지고 목이 길게 늘어나기도 하지만
턱을 괴고 앉아 있는 그녀는 분명
낯선 음표들을 꺼내 건반에 옮기는 멜로디의 달인 같아 보였다
희고 검은 건반 위로 툭툭 떨어지는 고음들
미묘한 감정의 힘을 이용해 건반을 누른다
목에 얼굴을 묻고 가만히 음계의 높낮이를 받아내는 표정은
현을 두드려주는 해머 같은 것이어서
내가 데리고 온 차겁고 이글거리는 푸른빛들은
분명한 음을 가진 그녀의 소리 곁에
반음의 방해자로 지쳐 돌아왔다
다섯 손가락으로 버거운 건반 위에 음계들
뺨을 치듯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간 뒤
고요하다
검은 반음들이 어디에서 불화음을 내는지
감정의 DNA를 몸 안으로 자꾸 들여놓다 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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